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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2023-07-18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 마니아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적당한 신체 활동은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본격적으로 뇌 건강과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하루동안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뇌 건강에 있어 운동만큼 중요한 것은 ‘앉아 있는 상태’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앉아 있는 상태’는 에너지 소비가 1.5MET 이하에 해당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여기서 1MET는 신진대사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우리 몸이 1분 동안 몸무게 1kg당 3.5ml의 산소를 태우는 속도로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수면(0.9MET), 가만히 앉아 있는 것(1.0MET), TV 시청(1.3MET) 등이 ‘앉아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

문제는 ‘앉아 있는 상태’의 시간이 길수록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의 내측 측두엽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얇은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심지어 이들이 고강도의 운동을 한다고 해도 이미 오랜 시간 좌식 위주의 생활로 내측 측두엽에 가해진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따라서 뇌 건강을 위해선 꾸준히 운동하는 것만큼 의자를 멀리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이 뇌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2011년 발표된 미국 국립과학연구소 보고서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진 고령자는 기억력 개선의 효과를 봤다. 해마의 크기가 1년에 2%씩 증가한 덕분인데, 이는 중년 이후부터 노화에 따라 해마 크기가 연 1~2%씩 줄어드는 것을 상쇄한다. 유산소 운동은 두뇌의 성장을 이끄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ND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를 강화한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는 기존의 뇌세포는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자극하고 뇌세포들 사이의 시냅스(연결) 형성을 촉진하며 인지 기능 향상 및 노화, 우울증 방지에 영향을 미친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에 따른 뇌 기능은 향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 여성에게는 희소식이다.

또한 충분한 운동은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격렬한 운동 후에 느껴지는 행복감)라고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만든다. 운동 후 뇌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함께 엔도르핀을 방출하며 만족감, 행복감,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덕분이다. 운동의 효과는 강력해서 실제로 단 5분만 운동해도 기분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건강을 위한 유산소 운동의 실제

자, 그렇다면 이제 실전이다. 뇌 건강을 위해 언제, 어디서 어떤 운동을 해야 좋을지 알아보자.

WHEN?

생물학적으로 하루 중 운동하기에 최적의 시간은 아침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의 중심온도가 올라가면서 ‘일어날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를 통해 기상-수면의 일주기 리듬이 재설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출근이나 등교 전 운동은 집중력 및 학습 능력 향상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것은 생물학적 관점일 뿐, 현실적으로 아침에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자신이 하고 싶을 때, 또 할 수 있을 때 하면 된다. 다만 운동은 우리 몸에 활력을 주는 화학 물질을 생성해내는데, 충분한 휴식을 위해서는 이 물질들이 제거되어야 하므로 잠들기 두 시간 전에는 운동이 끝나도록 일정을 계획하면 된다.

WHERE?

평소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혹은 슬픔,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자연에서의 운동이 효과가 좋다. 이른바 ‘친환경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자연 운동을 한 사람들의 뇌를 스캔해 확인한 결과,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낮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뇌 활동 수준도 더 적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면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이 억제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는 것도 장점이다.

WHAT?

뇌 건강과 운동의 효과를 다룬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가장 좋은 운동은 달리기다. 우리가 몸의 근육을 사용하면서 달리는 동시에 길을 찾고 도로 상황을 분석하고 주위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뇌의 다중 작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달리기 외에도 모든 종류의 신체 활동이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이 움직임이 덜한 대신 호흡과 함께 자세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저 충격 운동은 뇌가 차분하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러닝 클럽, 요가원, 댄스 학원 등에서 여럿이 모여 운동하는 것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함께 운동하는 친구,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힘든 운동으로 하여금 나타나는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덕분이다.

다만 어떤 운동을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적정 강도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 강도를 대화가 힘든 수준까지 올려 시작하는 경우 운동을 통해 기분이 나아지는 효과가 약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제임스 굿윈, <건강의 뇌과학-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 박세연 역, (현대지성, 2022)
  • 크리스틴 윌르마이어,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두뇌의 비밀-브레인 리부트>, 김나연 역, (부키, 2023)
  • 디자인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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