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이너시티 : 도심 속 리트릿 오두막

2022-07-05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 이곳에 숨겨줄게요”. 이 아늑하고 고요한 산장이 마치 이렇게 소곤거리는 듯하다. 부러 시간을 내서 멀리 떠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우리 동네의 리트릿 공간 ‘이너시티(Inner city)’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원하는 만큼 머물며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전진을 위한 작은 후퇴

바깥 세상의 유랑을 잠시 멈추고 편하게 늘어져 쉴 수 있는 도심 속 리트릿 공간이다. 북한산 아래에 위치해 ‘산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이들이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산장지기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내 안에 있는 조르바와 히피를 꺼내 편하게 늘어지기’를 바란다. 어디서 왔는지, 내가 누구인지 애써 증명할 필요도 없다. 쉬어 가길 원하는 누구든 쉬어가면 된다. 쉬는 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면,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고.

이너시티는 한옥과 적산가옥의 매력이 공존한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인데, 산장지기가 한 땀 한 땀 지금의 공간으로 꾸민 덕분에 100년 동안 살아남은 고목의 멋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끼며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 나무에 켜켜이 쌓인 세월때문인지 낮잠이라도 자고 나면 숙면을 취한 듯 개운함과 동시에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고. 잠을 청할 수 있는 작은 방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메인 스튜디오 그리고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소담스러운 주방으로 짜여있다. 작고 따듯한 조명도 곳곳에 있어 머무는 것만으로도 따듯한 위로를 받는 느낌마저 든다. 낯선 공간에 대한 어색함은 산장지기가 세심하게 적어 내려간 웰컴 카드와 사용 매뉴얼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나와 보내는 밀도 있는 시간

바깥으로만 향하는 나의 생각을 안으로 거두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상에서 쉼표를 찍고 싶을 때가 그런데, 그 의지를 끌어올리기란 여간 쉽지 않다. 혼자는 더 어렵다. 이너시티에는 나를 되돌아보고 돌보기 좋은 질문을 엮은 라이프쉐어 대화카드가 마련되어있다. 깊은 공감이 있는 대화는 궁극의 휴식을 선사한다는 마음에서 만든 대화카드로, 이너시티를 운영하는 모회사인 라이프쉐어의 것이다. 이너시티라는 공간을 만들기 전부터 대화, 글쓰기, 명상 등 다양한 리트릿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대화카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돕는 안내자다. 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세상 소음과 단절하고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반복되는 고민을 정리하고 편안해지고 싶을 때 카드에 있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질문에 맞는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저절로 깊은 정신적 휴식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 이너시티 최재원 대표의 설명. 즉답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대화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도 아무 문제 없다. 방법은 쉬는 사람 마음대로니.

자연을 생각하는 쉼표

일상에서 친환경 용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것도 그중 하나. 이너시티는 공간을 만들 때부터 지구 환경을 우선으로 여겼다. 100년 된 가옥의 뼈대를 그대로 재사용하기도 했지만, 공간을 설계하면서 나오는 쓰레기도 최소화하고자 애썼다. 웬만한 일회용 용품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용품들이 대부분이다. 화장실에는 고체 치약을 비치해뒀는데, 지속가능한 삶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작은 노력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소소하게나마 알리기 위해서다. 이너시티는 현재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던 것을 7월부터는 주 1~2회의 스몰 리트릿으로, 8월부터는 멤버십제로 운영 방침을 바꿀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 49-18
문의 및 예약 이너시티 인스타그램(@innercity_ground)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디자인
    박유정
  • 이미지
    이너시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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