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임신 중 섹스, 자세만 조심하면 될까요?

2022-08-23

임신 중 성욕이 늘어났다고? 삑~ 정상이다.

성욕은 ‘사바사’이다. 임신을 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마다 성욕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임신부의 성욕도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임신 중에 성욕이 늘었다는 이유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임신부는 성욕도, 오르가슴도 더 잘 느낄 수 있다

임신부는 임신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남성호르몬 수치가 2~4배 증가한다. 이 때문에 성적으로 더 강력한 욕구를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체중이 불면서 가슴이 커지고 체형이 육감적으로 변화면서 자기 만족감으로 성욕이 발전할 수도 있다.

성욕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임신부의 몸은 오르가슴을 더 잘 느끼도록 변화한다. 생식기에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는 덕분이다. 혈액이 돌면서 질 내 근육이 부은 상태가 되는데 이곳에 음경이 삽입되면 꽉 차는 느낌이 들어 여성도, 남성도 모두가 더욱 만족하는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또 혈액순환이 잘 되면 질 분비물이 늘어 질 내가 촉촉해지고 클리토리스 등의 피부 민감도도 높아지므로 섹스가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쾌감을 더욱 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욕이 없는 임신부가 비정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성욕은 ‘사바사’다. 임신 이전에도 성욕이 강하지 않은 편이었다거나 임신 초기에 입덧, 피로감이 심한 경우라면 호르몬 변화가 성욕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유두와 유방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터치도 힘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배가 크게 부풀기 시작하면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때문에 성욕도 자연히 줄어들 수 있다.

섹스 중 느껴지는 태동, 아기의 자연스러운 반응

임신부의 성욕이나 섹스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걱정은 기우다. 알다시피 태교는 실체가 없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감을 느끼면 태아도 편안한 것, 그뿐이다. 마찬가지로 임신부가 섹스를 해서 기분이 좋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임신 초기에는 성관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임신 초기, 즉 10~12주 이전에는 유산이 잘 되는 시기이므로 주의하라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이 시기 성관계를 갖는 것이 유산을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초기 유산은 대부분 염색체나 태아 자체의 문제가 원인으로, 자연적인 현상이다.

간혹 성관계 중에 태동을 느끼는 것에 걱정하는 임신부도 있다. 그러나 태아는 양수, 양막, 자궁 등으로 겹겹이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다. 지나치게 난폭하거나 과격한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면 남성의 성기 삽입은 자궁이나 태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계 중 태아가 움직였다면 그것은 엄마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한 것뿐이다. 태아는 수시로 반응해주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 전치태반(태반이 자궁경관을 일부 또는 완전히 덮고 있는 경우), 자궁경관무력증(임신 중기에 진통이나 자궁수축 없이 자궁경부가 열려 임신이 종결되는 질환), 조기 진통, 조기양막파수 등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 질 출혈이 있는 경우 등이다.

임신 중 체위? 카마수트라를 펼쳐보라

앞서 언급했듯 임신부는 오르가슴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시기 성욕이 폭발한다면 여태 해본 적 없는 체위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배를 압박하거나 음경을 깊이 삽입하는 체위도 삽입의 강도나 깊이만 조절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반드시 ‘적당한 수준까지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조절할 자신이 없다면 시도조차 하지 말라)

추천하는 자세는 여성 상위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가장 잘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체위기도 하다. 여성이 스스로 깊이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자궁경부를 너무 자극받지 않도록 주의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하체 근육이 부족한 여성은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어 이때는 남편이 허벅지나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주기를 권한다.

남편의 체중이 임신부의 복부를 압박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옆으로 누운 채 삽입하는 측위나 앉아서 삽입하는 좌위 등의 자세도 권한다. 이 외에도 임신 주수에 따라, 그리고 임신부의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하고 적합한 자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구강성교 역시 가능한데 주의할 점이 있다. 질을 향해 바람을 불어 넣는 것은 안 된다. 임신부의 질은 팽창된 상태인데 이때는 혈관이 약해져 있어 자칫 그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공기색전증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공기색전증에 걸리면 혈류 안으로 들어간 공기가 혈관을 막아 임신부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임신 후기에 성욕은 줄지 않았는데 부푼 배 때문에 성관계가 쉽지 않다면 반려가전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권소영

강남리즈산부인과의원 원장

원내 미혼 여성 클리닉을 따로 운영할 만큼 전 세대 여성의 건강한 성생활을 응원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기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산부인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자 병원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일러스트
    이동혁
  • 이미지
    <The Complete Illustrated Kama Sutra Hardcover>(Lance Dane)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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