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생리대가 뭐예요?
생리대 파동이 있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대안 생리용품이 바로 면으로 만든 생리대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우리 때는 다 몰래 빨아서 썼다’는 바로 그것. 면으로 만든 면 생리대는 ‘재래식 생리대’라고 부를 만큼 새롭게 뿅하고 나타난 생리대가 아니다. 면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성의 생리 생활과 늘 함께였기 때문인데, 조선시대 여성들도 ‘개짐’, ‘달거리포’, ‘월경포’라고 불리는 면 생리대를 사용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72년 ‘코텍스’라는 일회용 생리대가 출시 되기 전까지는 주로 이 면 생리대를 썼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다. 가공하지 않은 광목천에 얄쌍한 끈을 달아 속옷처럼 입거나 속옷 위에 도톰하게 겹쳐 올려두고 생리혈을 흡수시켰다. 반면 요즘의 면 생리대는 일회용 생리대처럼 보이지만 외음부에 직접 닿는 커버와 피를 흡수하는 흡수체까지 천연 면 소재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화학 덩어리’라고 밝혀진 과거의 일회용 생리대가 생리통과 불쾌한 냄새의 주범일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순 면에 편의성까지 갖춘 면 생리대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 면 생리대의 리뷰를 종합해보면 생리 기간 중 특유의 기분 나쁜 생리 냄새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화학 물질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불쾌한 냄새도 사라진 것. 물론 쓰레기를 적게 생산하는 점도 호응을 얻고 있다.
어떻게 사용하나요?
일반 일회용 생리대와 형태는 똑같지만 속옷에 부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날개 양끝에 달린 버튼식 단추로 속옷에 면 생리대를 고정하면 땡. 일반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3~4시간마다 교체해주면 된다. 둘둘 말아서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전용 세제로 세탁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외부에 있을 때는 전용 파우치를 보관했다가 집에 와서 빨아 쓰면 되는데, 사용한 면 생리대는 하루 내에 빨면 된다고 한다. 다만 뜨거운 물을 만나면 생리혈이 착색되거나 그대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미지근한 물에 비벼서 빠는 것이 가장 좋다. 행주처럼 팍팍 삶으면 살균도 되고 새하얗게 표백될 것 같지만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면 생리대의 취약점은 바로 얼룩. 하지만 전용 세제를 사용하면 새것처럼 관리할 수 있다. 주로 산소계표백제인 과탄산소다를 많이 쓴다. 표백제가 혈을 흡수하면서 착색된 부분을 새하얗게 되돌리는 원리다. 면 생리대가 살짝 잠길 만큼 물에 적시고 생리혈이 남이 있는 자리에 산소계표백제를 솔솔 뿌려둔다. 색이 빠졌다 싶으면 조물조물 손 세탁하면 끝. 그런 다음 모양이 뒤틀리지 않게 편편하게 펴서 자연 건조하면 된다.
어떻게 고르나요?
외음부가 닿는 커버와 생리혈을 빨아들이는 흡수체까지 면을 사용한 제품이 면 생리대다. 방수력을 높이기 위해 하단에 방수 코팅 천까지 덧대어 박음질한 것이 대부분. 유기농 면을 사용했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OCS과 GOTS 인증 등급을 확인해야한다. OCS 100은 유기농 원료를 95~100% 함유하고 있다는 뜻이며, OCS Blended는 5~95%의 유기농 원료 포함하고 있다는 뜻. 또 다른 유기농 면 인증인 GOTS도 로고는 동일하지만 95% 이상과 70~94% 함유량이 문구로 표시되어 있으니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민감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더마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체크하는 것도 생리 기간 피부 트러블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흡수체는 면 생리대의 사이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3~5겹이 보통.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도톰한 흡수체를 가지고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팬티라이너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엉덩이를 모두 감싸는 오버나이트 사이즈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통(일명 티 팬티)에 고정해서 쓰는 면 생리대까지 있을 정도다.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입 후 약 2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뒷면이 알록달록한 방수천의 디자인이 많으니 취향에 따라 고르길.
어떤 제품이 있나요?
한나패드 by 한나
16년 전부터 면 생리대를 만들어 온 한나. 모든 면 생리대는 3년 이상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토지에서 자란 유기농 목화를 사용한다. 박음질에 사용한 실부터 내부 샘 방지를 위한 스티치까지 모두 유기농 인증 기관에서 인증 받은 실을 쓸 만큼 원료만큼은 진심이다. 전 제품 OCS 100 인증과 더마테스트에서 피부 저자극 ‘Excellent’ 등급까지 받았다. 무려 8가지의 사이즈를 가지고 있어서 생리 양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오랜시간 쌓인 노하우 덕에 면 생리대를 세탁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용품이 따로 있다는 점이 큰 장점.
퍼플라인 by 네이처 수
일반 면이 아닌 대나무 면을 사용한 면 생리대를 선보이는 네이처 수. 속옷에 고정하는 메인 패드가 있고 생리혈을 흡수하는 리필 패드가 따로 있는 것이 다른 면 생리대와 차이점이다. 어디서든 0.15cm 두께의 얄팍한 리필 패드만 교체해서 착용하면 된다. 메인 패드에는 폴리우레탄 방수층이 있고 속옷이 닿는 바닥층은 의료용 실리콘을 부착해 속옷이 이리저리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네이처 후 사용자들은 통기성이 좋고 피부 쓸림이 적은 대나무면사의 조직감을 특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중.
아임오 면 생리대 by 아임오
아임오 역시 OCS 100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 생리대. 방수층에만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의 폴리우레탄필름을 사용했다. 비벼서 빨거나 끓는 물에 삶아도 방수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다만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아서 처음 세탁할 때 생리대가 1~2cm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무엇보다 염료나 패턴을 넣지 않아 천연 면 특유의 색감과 보드라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알록달록한 패턴을 피하고 싶다면 아임오를 추천한다. 사이즈는 라이너, 레귤러, 오버나이트로 딱 3가지다.
면 생리대 2년차 리얼 후기
“주기적인 쓰레기 생산을 거부하다”
나이 32세
사용 기간 2년
사용 제품 한나패드 면 생리대 세트
장점 친환경 실천 가능, 생리통과 냄새 완화
단점 세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함
생리를 하면 일정량의 쓰레기를 강제로 생산하는 느낌이 들었다. 잘 썩지 않는 비닐, 화학 흡수제 등을 둘둘 말아서 버리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게다가 비용까지 내야 한다. 면생리대를 쓰면서 그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찝찝한 냄새를 풍겼던 생리혈이 원래 그런 줄 알았는데 면생리대를 쓰고 나서 그렇지 않단 걸 깨달았다. 피에서는 피 냄새가 날 뿐이다. 오히려 다른 화학적 흡수제와 피가 만나 불쾌한 냄새가 났던 것이다. 또 피부가 민감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한 것이 면생리대를 쓰면서 나아졌다. 땀도 많이 차지 않았다. 생리대를 둘둘 싸서 빠르게 버릴 만큼 월경은 더러운 것도 기피해야 할 것도 아니다. 손세탁 하는 과정이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내 몸과 직면하는 기회가 생긴다. 생리혈의 색깔이나 상태를 직접 확인하면서 나의 컨디션도 체크할 수 있다. 자기를 잘 돌보는 일이야말로 자기 존중감을 높여준다. 세탁은 점점 손에 익고 지금은 아주 손쉬운 일이 되었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참고<여자 사전>(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