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정신과에 가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2022-10-04

최근 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가 미국의 모든 성인에게 우울증과 불안장애 검사를 받도록 권했다. 이 두 가지 검사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가 172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울감과 의욕 저하가 주요 증상인 우울증은 심각하게는 일상생활의 기능 저하까지 가져오는데, 이 우울증을 치료하는 곳이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다. 신체가 아닌 정신 질환을 상담한 뒤 치료하는 진료과. 정식 명칭은 ‘정신건강의학과’지만, 흔히‘정신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내과나 다름없는 진료과라는 건 알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한다. 도대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진료는 어떻게 할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초진일 경우 진료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 초진 시 사전 자가 설문지를 통한 기본적인 평가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우울증 자기평가 척도나 자기 보고 형식의 체크리스트가 있다. 작성한 평가서를 토대로 전문의와 면담(상담)을 갖게 되는데, 이때 전문의는 환자의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에서 증상을 파악해낸다. 말과 행동에 많은 증상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증상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고 치료 계획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의사지 독심술사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의사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표현해야 정확히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도움을 받고자 하는 지점을 분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며, 얼마나 지속됐는지, 증상의 나타난 계기는 무엇인지, 과거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땠는지 정도만 이야기해도 충분하다. 면담 후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하게 되는데,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검사를 할까?

‘스트레스 검사’라고 불리는 HRV 검사(자율신경계 검사)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자율신경 반응을 측정함으로써 정신 생리학적 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우울증이 나타날 때 다양한 신체 증상도 동반되는데, 동시에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 자율신경계 검사를 한다. 자율신경계 검사는 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검사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4:6에서 6:4까지의 범위가 정상 범위라고. 정량뇌파검사(QEEG)를 진행하는 병원도 있는데, 측정된 뇌파를 정상 뇌파와 비교해 뇌파의 불균형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머리에 센서를 붙여서 하는 검사로 소요 시간은 병원마다 다소 들쑥날쑥하다. 검사 항목이 궁금하다면, 방문 전 병원에 전화해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어떤 치료가 있을까?

정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로, 약물 치료는 신경 화학적으로 접근해 약물을 처방하여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고, 상담 치료는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원인과 환경을 분석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대개 소량이라도 약물 치료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찾을 정도의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일 경우 상담 치료만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 이상적인 치료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자세한 약 처방은 아래의 답변에서 확인하고, 상담치료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상담 치료에는 분석치료와 지지치료,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분석치료는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거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무의식적 갈등을 의식화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지지치료는 말 그대로 환자의 약해진 자아를 상담자가 지지해 줌으로써 갖고 있는 증상을 차츰 처리해 나가도록 하는 심리 치료다.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분석 치료와 달리 공감을 주로 사용한다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 환자에 지지와 공감을 보내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지지 치료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인지행동치료는 환자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역기능적인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여 기능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치료다.

어떤 약을 처방할까?

가장 일반적인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계열이다. 우울한 경우 뇌에 세로토닌 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항우울제가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항우울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항우울제의 경우 상태가 호전된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6개월가량 더 복용하여 유지 치료를 해야한다. 불안과 불면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도 있는데, 즉각적으로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으나, 의존성과 내성 문제가 일부 보고 되어 장기 복용 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클로나제팜, 에티졸람 등이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들이다.

  • 에디터
    김민지 (minzi@lether.co.kr)
  • 도움말
    류순기(서울나아가는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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