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번 다른 똥을 배출하는 이유는 매일 다른 음식을 먹고 매일 다른 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매일의 기록이 똥에 새겨진다. 똥을 알고, 똥이 보내는 건강 신호를 알아야 할 이유다.
똥은 음식을 소화,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다. 먹은 대로 나오니 그만큼 정직하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도 드물다. 모양, 색깔, 횟수, 양 등 똥을 다양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최소 일주일간의 식습관과 더불어 생활 습관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똥을 통해 혹시 모를 질병을 파악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한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똥은 엊그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같은 시간에 비슷한 양의 식사를 한 가족일지라도 누구는 바로 화장실에 가지만 누구는 전혀 변의를 느끼지 않는다. 이 차이는 왜 나타나는 걸까? 음식이 소화되어 대변으로 나오기까지 빠르면 18시간, 사람에 따라 72시간이 걸린다.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4~6시간, 소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5~7시간, 마지막 관문인 대장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데 10시간 정도. 그러니 2~3일 전에 먹었던 음식이 대변으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싸야 정상일까? 전문가들은 하루 200g 정도 배변하면 정상이라고 한다. 200g은 밥 한 공기 정도 양으로 많이 먹었으면 많이 싸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배변했는지 측정이 어려우므로 정상적으로 배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배변 횟수를 세어보라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3번 이하 또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배변한다.
이상적인 똥 모양은 촉촉한 바나나 형태
배변 횟수보다 중요한 건 똥의 형태다. 나의 똥이 어떤 유형인지 알아보는 데 사용하는 대중적인 지표는 대변의 굳기로 분류한 브리스톨 대변 차트(Bristol Stool Chart)다.
TYPE 1과 2는 변비를 가리킨다. 딱딱하고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하게 끊어지듯 나오거나 소시지 모양이더라도 단단한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이상적인 대변 형태는 TYPE 3, 4다. 수분을 적당히 포함하고 있어 부드럽고, 바나나 또는 소시지 모양을 띤다.
TYPE 5, 6, 7은 대장에 염증이 있을 때 나오는 설사 유형이다. 설사는 비정상적으로 대변에 수분 함량이 증가한 것으로 유해균이 많은 경우 발생한다.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됐을 때, 지방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스트레스로 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을 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설사는 일반적으로 1~2일이면 사라진다. 복통과 함께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똥색은 황갈색
건강한 똥은 ‘황금똥’이라는 인식이 많다. 이상적인 대변색을 꼽자면 황갈색이 더 정확하다. 대변이 장에 오래 머물수록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데, 황갈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대변이라고 할 수 있다. 똥이 갈색인 이유는 소화 과정에서 분비되는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면서 장내 세균을 만나 갈색으로 변해서다. 그러니 대변색이 갈색과 전혀 다른 색이라면 간이나 쓸개, 담즙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장내 세균에 따라 갈색이나 황토색, 노란색, 초록색 등을 보이기도 하고 먹는 음식에 따라 색이 변하기도 한다.
노란색
노란색 대변은 지방 등을 많이 섭취해 소화력이 떨어졌을 때 나온다. 하지만 설사처럼 묽은 노란색 대변과 더불어 발열 증상 등이 있다면 장염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을 생각할 수 있다.
녹색
녹색은 대체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금치나 양배추 등을 섭취하면 녹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속해서 녹색 대변을 본다면 식중독이나 음식 알레르기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검은색
검은색 대변을 봤는데 악취가 나지 않는다면 괜찮다. 육류를 많이 먹었거나 철분제를 복용했을 때 일시적으로 검은 대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냄새가 고약하다면 식도나 위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위궤양이나 위염 등을 앓을 때 검은 대변을 볼 수 있다.
붉은색
염증이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치질이나 위궤양, 대장염일 때 붉은 대변이 나온다. 또 식중독에 걸렸을 때도 붉은색 대변을 볼 수 있다.
회색 또는 흰색
흰색이나 회색 대변이 가장 위험하다. 담즙 생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간이나 쓸개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으니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내 똥의 기록, 배변 일지 앱
잘 먹고 잘 싸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은 배변 기록 앱 3가지.
피비오
배변 기록 앱 중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평소 유지하는 식습관, 운동, 음주 습관 등을 기록하면 내가 어떤 장 타입인지 알려준다. 또 현재 기분, 복통, 대변의 색, 묽은 정도를 귀여운 이모티콘과 그림으로 지정할 수 있어 온라인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재미있다.
화장실 일기
오로지 배변 기록만 하겠다면 이 앱이 제격이다. 달력에 날짜를 지정해 대변을 봤는지 여부만 표시하고, 메모에 기록하고 싶은 것만 저장하면 된다. 이 앱이 매력적인 건 다운로드하면 핸드폰 화면에서는 ‘★일기’로 보인다는 점이다.
배변 기록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배변 일지를 기록할 수 있다. 생리주기를 확인하듯 달력형으로 그달의 배변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고, 어떤 똥을 몇 회 배변했는지 월별 결과까지 볼 수 있다.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
- 디자인박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