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으로 달라지는 건 아기가 머문 공간만큼 부풀었다 줄어드는 배만이 아니다. 열 달 간 품은 생명을 내보내고 다시 혼자가 된 여성의 몸에는 엄청난 변화들이 찾아온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출산 이후의 현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지도로 정리했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빠진다. 산후 탈모라고 부르는데 영구 탈모와는 달리 임신 기간 중 탈락하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다. 산후 탈모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출산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탈모가 계속된다면 육아 스트레스나 산후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원인일 수 있다.
피부
피부가 건조해진다. 임신 중 저장되었던 체액이 출산 과정에서 다량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모유 수유로 인한 수분 부족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한편 피부는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피지 분비를 늘리는데 이로 인해 여드름이 생길 확률이 높다. 여기에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이 여드름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임신 전에는 없던 두드러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면역 체계가 무너지거나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 임신 후기나 출산 직후 두드러기를 겪을 수 있다.
치아
잇몸이 염증에 취약한 상태로 변해 치은염, 치주염 등의 위험이 높다. 또 분만 과정에서 힘을 심하게 주거나 크게 충격을 받으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금이 갈 수도 있다. 임신 기간 중 과도한 입덧, 임신오조증 등으로 구토를 반복한 경우 역류한 위산으로 치아가 부식되기도 한다.
가슴
가슴은 임신 단계부터 커진다. 유선 조직과 혈관이 늘어나고 지방이 부풀기 때문이다. 수유 기간에는 가슴이 찌릿하며 아프고 발열, 발진을 동반하는 젖몸살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커진 가슴은 수유 기간이 끝나가면 다시 줄어드는데 이때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며 가슴이 처진다.
유두, 유륜
유두와 유륜도 커진다. 자연스러운 크기 변화와는 별개로 모유 수유 과정에서 잘못된 자세를 취하거나 유축기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아기가 젖을 너무 세게 빠는 경우 유두에 균열이 생긴 것처럼 상처가 날 수 있다. 상처가 나면 추가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배
임신, 출산 이후 몸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부위다. 임신선이라고도 부르는 튼살이 대표적이다. 급격히 부푼 배를 견디지 못한 피부에 병변이 생기는 것이다.
뱃살도 이전에 비해 늘어지고 처지기 쉽다. 이미 복직근의 탄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배꼽이 동그랗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는 배꼽 탈장인데, 임신한 동안 늘어난 자궁 때문에 다른 장기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배꼽을 밀고 나온 것이다. 출산 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들어간다.
손톱
손톱이 얇아지고 표면이 갈라진다. 출산과 모유 수유 등으로 칼슘과 철분이 부족해지는 탓이다.
회음부
자연분만한 여성은 출산 후 회음부 통증을 느낀다. 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원활히 나오도록 일부러 회음부를 약간 절개하거나 아기가 빠져나오면서 저절로 회음부가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는 출산 직후 봉합하지만, 완전히 아물 때까지 회음부가 붓고 통증이 계속된다.
항문
자연분만 시 지나치게 세게 힘을 주었다면 항문 주위 혈관이 심하게 부풀어 치질이 생길 수 있다.
다리
무릎이 ‘O’자 모양으로 벌어지는 오다리가 되거나 팔자 걸음을 걷게 된다. 만삭 때 배의 무게를 버티느라 엉덩이를 빼고 배를 내밀며 걷는 것이 습관이 된 탓이다. 같은 이유로 무릎 관절이 약해져 시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발톱
내성발톱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중에는 발이 자주 붓고 살도 찌는데, 이 때문에 생긴 내성발톱이 출산 후에도 유지되는 것이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자비에라 프로에이·로런스 미슈너,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 출산 후, 나로 돌아가는 시간>, 박혜성 감수, 유영미 역 (북폴리오, 2023)
- Healthline (www.healthline.com)
- 일러스트옹수빈
- 디자인박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