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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달 : 여성과 환경, 연결과 환대를 경험하는

2023-11-14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플랫폼:달. 향긋한 차이티와 콤부차, 계절이 담긴 비건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평범한 카페가 아니다. 지구와 인간, 여성과 남성,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가 건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단법인 여성환경연대가 기획한 에코페미니즘 공유 공간이다. 여성환경연대 소속으로 플랫폼:달을 운영, 관리하는 오한빛 활동가를 만나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물었다.

Q ‘에코페미니즘 공유 공간’이라는 정의가 조금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플랫폼:달을 설명해 주세요.

플랫폼:달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연결과 환대의 공간이에요. 물론 스스로 에코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 하지 않아도 누구나 올 수 있고요. 화요일부터 금요일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는 카페로 운영되고, 여러 행사를 위한 대관도 진행합니다. 워크숍이나 북토크, 세미나, 소모임 등 에코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열리며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예요.

 

Q 플랫폼:달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에코페미니즘 공유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여성환경연대의 슬로건이기도 한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플랫폼’을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여성환경연대가 펼치는 다양한 활동들을 더 많은 시민들과 가까이 만나서 나누고, 이 공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었으면 했어요. 요즘은 온라인에서 가능한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만큼 직접 몸을 움직여 참여하는 시민들이 소중한 시대인 것 같아요.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고, 눈빛을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에코페미니즘 운동의 동력이 생겨나리라고 기대했습니다.

Q 환경 보호와 여성 인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볼 키워드입니다. 그러나 아직 이 두 가지가 하나된 에코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낯설게 느낄 사람도 있을텐데요.

현대사회의 무한성장과 개발 신화는 여성과 자연을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인간/비인간 동물의 삶의 기반인 자연을 개발해야 하는 ‘자원’으로 보고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행위는, 여성에게 사회 유지를 위한 노동 대부분을 강요하며 이에 대한 인정과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 구조와 닮아 있어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해양 생물을 병들게 만들고, 결국 우리 밥상으로 돌아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요. 기후위기는 인간이 이러한 연결을 망각한 채 살아온 결과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은 모든 생명의 연결을 이야기해요. 착취와 희생을 기반으로 한 무한성장 대신, 삶을 돌보고 유지하는 일을 우리 사회의 중심에 두자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의 핵심이죠.

Q 에코페미니즘 공유 공간으로서 플랫폼:달을 기획하고 꾸밀 때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요?

되도록 새 가구나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했어요. 테이블과 의자는 이전에 같은 공간을 사용하던 분들에게 인수받았고요. 덕분에 환경은 물론,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네요.(웃음) 플랫폼:달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포장을 원하는 분들은 직접 텀블러를 지참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피처린서라는 텀블러 세척기를 구비했죠. 또 냅킨 대신 소창 수건을 두어서 제로웨이스트를 경험하도록 했고요. 이 밖에도 활동가들이 큐레이션한 에코페미니즘 주제의 책, 다양한 지역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을 소개하고 활동을 알리는 자료, 홍보물도 곳곳에  비치했답니다.

 

Q 플랫폼:달에는 모두의 화장실, 즉 성중립 화장실이 있습니다.

성별 정체성을 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화장실은 성중립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화장실 안에 여러 칸이 있는 게 아니라 한 사람씩 들어가는 공간이어서 모두 큰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동시에 플랫폼:달이 에코페미니즘 공유 공간인 만큼 여성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월경대를 비치했어요. 일회용 월경대만 아니라 면 월경대를 사용할 수 있답니다.

Q 계절마다 다른 국내산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비건 지향 다과를 즐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메뉴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메뉴를 구성할 때 첫 번째 기준이 비건이에요. 재료는 국내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농작물을 활용하되 이왕이면 여성 농민, 여성 작업자의 생산물을 활용하려고 하고요. 플랫폼:달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간단한 다과가 함께 나가는데요. 이건 주로 제철 과일이나, 비건 디저트로 준비합니다. 최근에는 앉은키밀로 만든 달 모양의 쿠키를 드렸는데 다들 ‘플랫폼:달이라 달 모양이냐’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라 호박이나 대추, 유자 등을 활용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요. 활동가들 모두 제철 음식과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 메뉴를 구성하는 데 반영하고 있습니다.

 

Q 플랫폼:달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카페의 형태로 에코페미니즘을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플랫폼:달에서 열리는 채식 요리 워크숍이나 토크 콘서트에 왔다가 여성환경연대 활동, 에코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아요. 최근에는 플랫폼:달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으로 가입하는 분들도 있어 감사하고 기뻤어요.

 

Q 플랫폼:달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저녁 6시면 카페 영업을 종료하다 보니 아직은 방문객이 많이 없어요. 누구나 쉽게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카페도 운영하는 건데, 그 취지에 맞게 더 많은 사람이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입니다. 또 플랫폼:달은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모두가 협력하는 구조이지만, 실질적인 공간 운영은 저 혼자 맡고 있어서요. 무엇인가 결정하거나 진행하는 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게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조금은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Q 그렇다면 플랫폼:달을 운영하며 뿌듯했던 기억도 있나요?

플랫폼:달을 처음 방문한 이후 카페로, 대관으로, 프로그램으로 재방문하는 분들이 생길 때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또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함께 대화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좋고요.

 

Q 통계적으로 기후 위기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기후 위기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도 여성이 더 많다고 해요. 여성으로서 환경을 지키는 것, 지구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너 하나 애 쓴다고 뭐가 바뀌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쓰레기 하나 더 줄이려 노력하고, 여름엔 땀을 흘리고 겨울에는 옷을 껴입으며 전기 사용을 줄이고, 비건에 무지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채식 지향 생활을 이어가고, 각자 도생이 아니라 연대하는 사회를 위해 모이고 공부하고 활동하고… 그렇게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곳이 더 살 만한 세상이 될 거라고 믿어요. 지구를 지키는 일은 결국 나, 우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 감각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달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Q 앞으로 플랫폼:달이 여성에게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소비하지 않아도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요. 여성들이 고민을 나누고, 연결을 느끼고, 환대를 경험하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에코페미니즘을 나누는 장, 연결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거든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테니 언제든 손 내밀어 주세요.

 

Q 플랫폼: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누구라도 좋아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지금의 삶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향과 모양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 망해가는 것 같은 세상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대하고 싶습니다. 플랫폼: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며 변화를 만드는 또 다른 삶들을 보며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75 2층
문의 홈페이지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
    손예지, 여성환경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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