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아 제품의 전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는 시대다. 그렇다면 내 몸속 깊숙이 들어오는 콘돔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있을까?
피임 방법 중 유일하게 성 매개 감염을 예방하는 콘돔은 화장품도, 성인용품도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성병 예방과 피임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기다. 체내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과대광고나 제조 방법, 효능, 효과 등을 검증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몸이 콘돔에 바른 유해 성분 흡수율이 무려 42배나 높다고 한다. 달콤한 향, 화려한 색깔, 독특한 디자인 등이 콘돔의 선택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콘돔의 전 성분 표기는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제조사가 공개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유해하지 않은 콘돔을 고르는 방법은 하나다. 몸에 나쁜 성분을 배제했다고 당당하게 밝힌, 이른바 여성 친화 콘돔을 구입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성분
니트로사민 Nitrosamine
2018년 아이들이 즐겨 부는 고무풍선에서 검출되어 논란이 됐던 니트로사민. 고무를 가공할 때 발생하는 니트로사민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2등급 발암물질로,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간을 손상시키고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만성피로와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노녹시놀-9 Nonoxynol-9
살정제라고도 알려진 노녹시놀은 정자의 운동을 방해해 피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FDA에서는 콘돔에 묻어 있는 살정제가 질과 항문을 자극할 수 있고 에이즈와 기타 성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외에 가려움이나 발진, 요로 감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벤조카인 Benzocaine
일반적으로 국소마취제로 사용한다. 콘돔에서는 사정 지연을 목적으로 첨가하는데 FDA에서는 벤조카인을 희석해서 사용해도 호흡곤란, 두통, 현기증, 청색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드물지만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어 미국에서는 2세 미만의 유아에게는 벤조카인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정 지연’을 광고하는 콘돔이 있다면 유심히 살펴볼 것.
파라벤 Parabens
파라벤은 쉽게 말하면 인공 방부제다. 사실 파라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아래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치약 등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에 소량 사용된다. 문제는 콘돔은 그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라벤은 유방암의 원인이 되거나 남성의 정자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글리세린 Glycerin
윤활제에 들어가는 글리세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질 건조, 질 내 pH 균형을 깨뜨려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글리세린은 소위 단맛 방부제이기도 하다. 글리세린 함유량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도 달콤한 향, 과일 향이 나는 콘돔이라면 의심해보자. 단, 과일 등에서 추출한 유기농 향이 표기되어 있다면 괜찮다.
LETHER’S PICK 유해 물질 제로 콘돔
콘돔에 ‘여성 건강’이라는 원칙을 더해 살피고 골라냈다. 유해 성분과 불필요한 화학첨가물을 모두 뺀 콘돔들이다.
Saib 세이브 프리미엄 콘돔
핑크빛 패키지에서 알 수 있듯 여성들이 콘돔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대한 없앤 여성 친화 제품이다. 성분 표기를 거의 하지 않는 여느 콘돔에 비해 전 성분을 모두 공개해 신뢰감을 준다. 또 틴케이스에 콘돔을 보관할 수 있어 휴대하기 좋은 것도 장점. 첨가물을 모두 없애 무향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향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라텍스 특유의 고무 향을 느낄 수도 있다.
가격 7,900원(3pcs) 구매하러 가기
바른생각 익스트림 에어핏
바른생각의 익스트림 에어핏은 성분과 더불어 성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여느 콘돔과 비교해도 착용감과 성감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게다가 가성비까지 훌륭해 숨은 팬이 많다. 또 한 가지 장점은 급할 때(?) 어느 편의점에 가든 살 수 있다는 것.
가격 4,800원(3pcs)
Eve 이브 리얼003
평소 관계 시 통증을 느꼈다면 이브 콘돔을 추천한다. 따로 윤활제를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촉촉한 윤활제가 넉넉하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 또 콘돔의 앞면과 뒷면이 구분된 것도 장점. 한 가지 단점은 급할 때(?)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에 있긴 하지만 매장마다 입고 여부가 다르다. 이브 콘돔이 몸에 잘 맞는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격 1만4,400원(10pcs)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
- 사진언스플래쉬
- 참고<합성소재 콘돔의 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2012),
- 식품의약품안전청, Facts About Condom Additives(www.verywell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