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골라 Ma Toy!

흡입형 토이, 너무 빠른 절정이 아쉽다면

2023-05-16

 

여성을 위한 오르가슴행 급행 열차.

흡입형 섹스토이의 대명사 우머나이저를 한 마디로 요악하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오르가슴까지 확실히 인도하는 것이 우머나이저의 최대 강점. 그러나 섹스토이 사용에 서툴거나 몸의 민감도가 높다면 이번 사연처럼 우머나이저의 예의 그 신속 정확한 자극이 당혹스럽거나 아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곧바로 ‘나는 섹스토이가 맞지 않는 건가’ 속단하기엔 이르다. 고심하고 또 고심하여 들였을 반려가전을 방구석으로 밀어 놓기 전에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약하게, 천천히, 그리고 밀고 당기기

우머나이저는 흡입형 섹스토이 중에서도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전 세계 1,000만 명의 여성을 사로잡은 이 제품의 독보적인 강력함은 의도된 것이다. 섹스의 절정은 삽입에 있다고만 여겼던 세상에서 언제나 여성의 오르가슴은 뒷전이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 속 소외당해야 했던 클리토리스에 예우를 갖추고자 보다 빠르고 정확한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강도 체계를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외부의 자극에 예민한 몸이나 섹스나 자위에서도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여성은 우머나이저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소리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우머나이저의 기능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누구든 만족할 수 있다.

우머나이저로 만난 오르가슴이 너무 찰나에 끝나버린다고 느낀다면 오르가슴이 몸에 도착하기까지 길을 조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를 위해 기억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약하게, 천천히, 그리고 밀당.

제품마다 다르지만, 우머나이저는 최대 14단계까지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프리미엄2, 듀오2 기준). 리뉴얼 전 제품이나 이 밖의 제품들도 6단계~12단계까지 흡입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하지만 우머나이저의 오르가슴이 너무 빨라 고민이라면 무조건 1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만 기억하자.

가장 약한 강도로 시동을 건 우머나이저의 헤드로 클리토리스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1단계의 자극이 미미하다고 느낀다면 조금 더 올려봐도 좋다. 대신 절정에 이르기 직전의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올 조짐이 보이면 강도를 다시 낮추거나 우머나이저의 위치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혹시 여성 조기 오르가슴이라면

비단 우머나이저와의 데이트뿐만 아니라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오르가슴이 너무 빨리 찾아오거나 끝난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여성 조기 오르가슴(Female Premature Orgasm)일 수 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충분히 즐겼다 생각하기도 전에 오르가슴이 찾아오는 경우를 말한다. 남성의 조루(premature ejaculation)와 비슷한 증상으로, 여성 조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 분야 역시 제대로 된 연구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남성에 비해 흔하지 않기도 하지만, 여성의 성 건강은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한 분야인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 미국 시카고 대학, 2011년 포르투갈, 2016년 영국에서 진행한 조사들에 따르면 만성적인 조기 오르가슴으로 고충을 겪는 여성이 꾸준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단순 신체적 불편함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죄책감, 심한 경우 수치심까지 느끼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아쉽지만 여성 조기 오르가슴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조기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여성은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타인보다 예민하다는 추측이 지배적일 뿐이다. 따라서 공식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해외의 섹스 테라피스트들은 자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조기 오르가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섹스토이의 강도를 아주 약하게 설정한 뒤 클리토리스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오르가슴에 가까워지기까지 밀고 당기기를 시전하는 것이다. 이때 클리토리스에 윤활젤을 바르면 우머나이저의 흡입력으로부터 필요 이상의 자극을 느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혹시 우머나이저와의 첫 만남에 실패와 실망감을 느껴 곧바로 이별을 선언했다면, 오늘부로 잠든 우머나이저를 다시 꺼내어 보는 건 어떨까?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그 끝에 마주하는 절정은 보다 창대할 테니 말이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Womanizer, <Not So Fast: Women Who Have Premature Orgasms Explain How They Deal>, Suzannah Weiss, Feb. 7. 2019. (www.vice.com)
  • 일러스트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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