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성적 다양성의 시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는 그 누구도 ‘소수자'란 이름으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건 개개인의 다양성을 먼저 이해하는 것일 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성과 관련한 개념들에 무지하거나 오용을 일삼는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한 개인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정의하는 스펙트럼의 용어들을 다룬다.
1장. 성별의 정의
섹스(Sex) : 신체적,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성별을 뜻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성별은 여성, 남성 혹은 간성(Intersex, 인터섹스)으로 나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섹스를 성 그 자체 혹은 성관계라는 의미로도 널리 사용한다.
젠더(Gender) : 사회문화적 성별. 특정 성별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개인이 자기 성별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는 개념이다. 젠더로서의 성별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를 수 있으며, 또한 개인이 속한 사회의 모습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지정 성별(Assigned sex) : 태어나며 지정된 성별을 말한다. 한 개인이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일치한다.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 : 지정 성별과 별개로 개인이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성별이다. 생물학적 성별과 일치할 수도,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젠더 긍정(Affirmed gender) : 지정 성별과 별개로 개인이 규정한 성별 정체성을 자신의 성별로 선택하고 긍정하는 것.
시스젠더(Cisgender) : 개인의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상태. 시스(Cis-)는 ‘이쪽’이란 뜻의 접두사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 :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나타낸다. 수술을 통해 신체적 성별을 전환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성 주체성 불쾌증(Gender dysphoria) :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개인이 이로 인해 느끼는 극심한 불쾌감, 우울감, 불안 등 심리적 고통을 정신건강의학 측면에서 질환으로 규정한 것. 성 주체성 불쾌 장애라고도 부르며, 성별 불일치, 성별 위화감 등이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2장. 성별 정체성의 종류
젠더퀴어(Genderqueer) : 성별을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방식을 거부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에이젠더(Agender) : 스스로 성별이 없다(a-, 無)고 생각하는 정체성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논바이너리(non-binary) :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 어디(binary)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성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안드로진(Androgyne) : 여성성(gyne)과 남성성(Andro-)이 혼합된 상태로 포용하는 정체성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바이젠더(Bigender) : 두 가지(bi-) 성별을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남성으로의 정체성이 공존하는 것으로 두 가지 성별이 혼합된 안드로진과는 다르다.
트라이젠더(Trigender) : 세 가지(Tri-) 성별을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바이젠더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성별 특성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이것이 상황에 따라 전환되며 표현된다.
팬젠더(Pangender) : 모든(pan-) 성별의 정체성을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옴니젠더(Omnigender) :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Omni-) 성별의 정체성을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폴리젠더(Polygender) : 동시에 여러(Poly-) 성별 정체성을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데미젠더(Demigender) : 특정 성별의 정체성을 부분적(Demi-)으로 포용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여성성을 부분적으로 느끼면 데미걸(Demigirl), 남성성을 부분적으로 느끼면 데미보이(Demiboy)라고 한다.
인터젠더(Intergender) : 생물학적 성별인 인터섹스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스스로 성별을 여성과 남성 사이에 있다고 규정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멀티젠더(Multigender) : 하나 이상의 성별을 포용하는 모든 정체성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 성별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 혹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
3장. 성적 지향과 사랑, 연애, 섹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 넓은 의미로는 개인이 어떤 성별에 감정적, 신체적으로 끌림을 느끼는지를 이야기할 때 두루 쓰인다. 좁은 의미로는 성적인 끌림, 성적인 접촉에 대한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적 지향(Romantic orientation) : 좁은 의미의 성적 지향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어떤 성별에 감정적, 정서적으로 이끌리는지를 나타낼 때 쓰인다. 좁은 의미에서 성적 지향과 낭만적 지향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노(Mono) : 상대의 성별이 무엇이든, 오직 한 성별에만 끌림을 느끼는 것. 성적으로 끌리면 모노섹슈얼(Monosexual), 감정적으로 끌리면 모노로맨틱(Monoromantic)이다.
헤테로(Hetero) : 이성(자신과 다른 성별)에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 성욕과 별개로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헤테로로맨틱(Heteroromantic)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이성애이며, 영어권에서는 스트레이트(Straight)라는 속어를 쓰기도 한다.
호모(Homo) : 동성(자신과 같은 성별)에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호모섹슈얼(Homosexual), 성욕과 별개로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호모로맨틱(Homoromantic)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동성애.
레즈비언(Lesbian) : 여성에게 매력과 끌림을 느끼는 여성을 말한다. 성 소수자를 나타내는 LGBTQIA+의 ‘L’이 레즈비언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게이(Gay) : 남성에게 매력과 끌림을 느끼는 남성을 말한다. 성 소수자를 나타내는 LGBTQIA+의 ‘G’가 게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바이(Bi) : 두 가지 성별에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바이섹슈얼(Bisexual), 매력과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역시 LGBTQIA+의 ‘B’가 바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우리말로는 양성애.
에이(A) : 어떤 성별에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은 에이섹슈얼(Asexual), 어떤 성별에도 감정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에이로맨틱(Aromantic)이다. 우리말로는 무성애라고 하는데, 성욕이 없는 무성욕, 성욕을 절제하는 금욕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제드(Zed/Z) : 타인에게 성적 혹은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유성애이며, 제드라는 용어는 무성애를 뜻하는 에이섹슈얼, 에이로맨틱과 정반대의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알파벳 끝글자인 ‘Z’를 활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제드섹슈얼(Zed/Z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제드로맨틱(Zedromantic)이라고 한다. 한편 ‘다른’을 뜻하는 접두사 알로(Allo-)도 유성애를 말할 때 쓰인다. 알로섹슈얼(Allosexual), 알로로맨틱(Alloromantic)이 각각 제드섹슈얼, 제드로맨틱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팬(Pan) : 상대의 성별에 관계 없이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팬섹슈얼(Pan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팬로맨틱(Panromantic)이다. 우리말로는 범성애자라고 표현한다.
폴리(Poly) : 여러 성별에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폴리섹슈얼(Poly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폴리로맨틱(Polyromantic)이다. 우리말로는 다성애자라고 표현한다.
옴니(Omni) : 모든 성별에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옴니섹슈얼(Omni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옴니로맨틱(Omniromantic)이다. 우리말로는 전성애자라고 표현한다.
안드로(Andro) :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상대가 남성일 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안드로섹슈얼(Andro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안드로로맨틱(Androromantic)이다. 혹은 남성을 뜻하는 영단어 맨(Man)을 활용해 마섹슈얼(Masexual), 마로맨틱(Maromantic)이라고도 쓸 수 있다.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성애자 여성,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자 남성 등이 여기 포함된다.
진(Gyne) :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상대가 여성일 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진섹슈얼(Gynesexual),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진로맨틱(Gyneromantic)이다. 혹은 여성을 뜻하는 영단어 우먼(Woman)을 활용해 워마섹슈얼(Womasexual), 워마로맨틱(Womaromantic)이라고도 쓸 수 있다.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성애자 남성,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자 여성 등이 여기 포함된다.
플렉시블(Flexible) : ‘대체로’ 특정 성적 지향을 경험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체로 이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헤테로플렉시블(Heteroflexible), 대체로 동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호모플렉시블(Homoflexible)이다.
스콜리오(Skolio) : 논바이너리에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뜻한다. 스콜리오섹슈얼(Skoliosexual), 스콜리오로맨틱(Skolioromantic)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같은 뜻을 가진 다른 표현으로 세테로섹슈얼(Ceterosexual), 세테로로맨틱(Ceteroromantic)이 있다.
그레이(Gray) : 성적 끌림이나 로맨틱 끌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각각 그레이섹슈얼(Graysexual), 그레이로맨틱(Grayromantic)이라고 한다.
데미(Demi) : 상대와의 감정적 연결이 깊을 때에만 끌림을 경험하는 사람을 말한다. 끌림의 종류에 따라 데미섹슈얼(Demisexual), 데미로맨틱(Demiromantic)으로 나눌 수 있다.
오토(Auto) : 자기 자신에게 끌림을 경험하는 사람을 말한다. 끌림의 종류에 따라 오토섹슈얼(Autosexual), 오토로맨틱(Autoromantic)으로 나눌 수 있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디자인박유정, 옹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