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찰싹 내리친 손길에 짜릿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속 도구들을 사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차마 파트너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은밀한 섹스 플레이의 세계. 두 번째 챕터에서 확인해 보자.
1장. 성적 취향과 성향의 차이
성적 취향 : 성적인 기호를 나타낸다. 성적으로 끌리는 상대의 유형부터 특별히 선호하는 체위, 섹스 스타일, 페티시 등을 포함한다.
성적 성향 : 성행위 및 관계 시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당했을 때 흥분하거나 만족도가 높아지는 유형을 말한다. BDSM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성향자라고도 부른다.
킹크(Kink) : 또는 킹키(Kinky). 꼬임이나 뒤틀림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섹스에서는 독특한 취향을 나타낸다. 우리말로는 변태, 변태적인 취향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페티시(Fetish) : 성적으로 흥분하게 만드는 특정한 대상을 뜻한다. 이는 사람의 신체일 수도, 사물일 수도 있다.
2장. 성적 성향계의 MBTI
BDSM : 결박(Bondage), 체벌(Discipline), 지배(Domination), 피지배(Submission), 가학(Sadism), 피가학(Masochism) 등 성적 성향의 첫 글자들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상호 합의로 권력관계를 설정, 이에 따라 일종의 역할 놀이를 하며 성행위를 즐기는 것을 뜻한다. (일부 성향자들은 성행위를 넘어 일상에서도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본디지(Bondage) : 상대를 묶거나, 상대에게 묶였을 때 더 큰 흥분과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묶는 행위를 위해 로프나 수갑 등의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리거/로프 버니(Rigger/Rope bunny) : 본디지 성향자들 사이에서도 상대를 묶는 행위를 즐기는 사람을 리거, 묶이는 상황을 즐기는 사람을 로프 버니라고 한다.
디서플린(Discipline) : 성행위 시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체벌하는 상황극을 즐기는 성향을 말한다. 이때 체벌은 서로 합의된 내용이어야 한다.
도미네이션/서브미션(Domination/Submission) :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지배-복종하는 위치에 있을 때 성적으로 흥분하고 쾌락을 느끼는 사람 혹은 그런 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돔(Dom)과 섭(Sub)으로 각각 줄일 수 있으며, 성향자의 성별에 따라 펨(Fem, 여성), 멜(Male, 남성)을 붙이기도 한다. (펨돔, 멜섭 등)
스위치(Switch) : 도미네이션과 서브미션의 성향을 모두 가진 성향 혹은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 자신이 가진 두 성향을 상대에 따라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스위치라고 부른다. 성향자가 아닌 사람이 오직 상대를 위해 맞춰주는 것과는 분명히 르다.
마스터/슬레이브(Master/Slave) : 문자 그대로 주인-노예, 즉 주종 관계에서 성적 흥분과 쾌락을 느끼는 성향이다. 상대를 통제하는 정도와 복종을 원하는 수준이 다른 성향자들에 비해 절대적이고 강력하다.
오너/펫(Owner/Pet) : 주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앞선 마스터/슬레이브가 절대 수직적인 관계인 데 반해 오너/펫은 오너가 펫을 돌보고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큰 차이다.
헌터/프레이(Hunter/Frey) :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헌터와 프레이 역시 동물에 비유할 수 있는데, 헌터는 먹이사슬 최상위의 포식자, 프레이는 그의 기습에 강렬히 저항하면서도 결국 지배당하고 마는 위치에 있다. 반려동물을 길들인다는 개념의 오너/펫 성향과는 다르다. 헌터/프레이는 성향 특성 상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데 때문에 서로의 합의와 동의가 중요하다.
디그레이더/디그레이디(Digrader/Digradee) : 이들 성향을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는 수치심이다. 디그레이더는 상대를 모욕하는 언행으로 수치심을 주는 것을, 디그레이디는 그 반대 입장에서 수치심을 느낌으로써 성적으로 흥분하고 만족한다.
사디즘/마조히즘(Sadism/Masochism) : 흔히 SM 혹은 SM 플레이로 알고 있는 성향이다. 파트너를 괴롭힐 때, 반대로 파트너에게 괴롭힘당할 때 성적으로 흥분하는 성향을 나타낸다.
스팽커/스팽키(Spanker/Spanky) : 육체적인 가학과 피학을 즐기는 성향을 뜻한다. 영어에서 스팽킹은 엉덩이를 때리는 것을 뜻한다. 스팽커와 스팽키들도 주로 관계 시 엉덩이를 때리거나 맞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데, 상호 합의에 따라 신체 다른 부위를 때릴 수도 있다.
마미, 대디/리틀(Mommy, Daddy/Little) : 부모-자식 간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상대를 보살피고 챙기며 훈육하는 역할이 마미, 대디이고 상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의존하고 의지하는 역할이 리틀이다. 리틀은 영어권에서 걸(Girl), 보이(Boy)로 쓰이기도 한다.
브랫 테이머/브랫(Brat tamer/Brat) : 하극상을 일삼는 피지배자(브랫)와 그를 제압하는 권력자(브랫테이머)라고 생각하면 쉽다.(브랫은 버릇없는 아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브랫이 하극상으로 상대를 도발하는 것은 뒤따라올 브랫 테이머의 제압을 기대하는 행위다.
바닐라(Vanilla) : 아무 성향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을 바닐라라고 부른다. 최근 해외에서는 BDSM 성향에 대해 개방적인 분위기가 되면서 반대로 바닐라의 섹스(성향 없는 섹스)를 재미없고 지루한 것으로 치부하는 바닐라 셰이밍(Vaniila shaming)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성향이 없는 것도 또 하나의 성적 취향일 뿐, 누구도 타인의 섹스 스타일을 비웃거나 조롱해선 안 된다.
ETC : 기타를 뜻하는 ETC는 스스로 성향을 파악하거나 확신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말한다.
3장. BDSM 플레이
개그(Gag) : 도구로 입을 구속하는 플레이다. 대표적으로 재갈이 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선 코미디언을 성별에 따라 개그우먼, 개그맨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해외에선 오해받을 수 있다. (영어 단어 개그의 본뜻은 재갈, 보도 금지령이다. 코미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개그는 비격식적인 표현이다)
바이팅(Biting) : 이로 상대의 신체를 깨물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키스 마크(Hickey 혹은 Hickie)와는 다르다. 바이팅은 이로 물어서 상처가 나는 것이고, 키스 마크는 피부를 입으로 빨아들인 힘으로 멍을 남기는 것. 어떤 것이든 상처가 심하게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볼버스팅(Ballbusting) : 서브미션 성향을 가진 남성의 고환을 고문하는 것. 당연히 일반적인 애무와는 그 정도가 다르다.
브레스 컨트롤(Breath Control) : 일시적이고 강제적인 저산소증 상태에서 쾌감을 느끼는 성향자의 호흡을 통제하는 플레이. 관계 중 목을 살짝 조르는 방식이다. 위험 부담이 크므로 사전에 분명한 합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세이프 워드(아래 참조)를 정해야 한다.
블라인드(blind) : 안대로 눈을 가리고 성행위를 즐기는 플레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예측 불가 자극을 즐기는 성향자를 위한 플레이다.
세이프 워드(Safe word) : BDSM 플레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상황을 종료하는 한마디를 뜻한다. 어떤 단어이든 상호 합의해서 정하면 된다. 누구든 한 명이 세이프 워드를 말하면 그 즉시 반드시 플레이를 종료해야 한다.
오르가슴 컨트롤(Orgasm control) : 서브미션 성향을 가진 파트너의 오르가슴까지 통제하는 플레이다. 여성의 경우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직전, 남성의 경우 사정하기 직전에 애무 혹은 자극을 멈추거나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향자와 반복되는 오르가슴 컨트롤 끝에 맞이하는 쾌락에 더 크게 느끼는 성향자가 만났을 때 만족도가 배가 되는 플레이다.
왁스(Wax) : 저온 초를 녹여 떨어지는 왁스로 상대의 몸을 애무하는 플레이. 최근에는 마사지 기능을 겸비한 저온 초 제품이 시중에 여럿 출시되면서 새로운 성적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
행잉(hanging) : 도구를 이용해 결박한 상대를 공중에 매다는 플레이다.
페깅(pegging) : 펨돕, 멜섭의 관계에서 펨돕이 스트랩온을 착용하고 멜섭의 항문에 딜도를 삽입하는 플레이다.
CNC(Consensual Non-Consent, CNC) : 직역하면 동의한 비동의란 뜻이다. 위의 BDSM 성향 중 헌터/프레이처럼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경우, 비록 상황극 안에서는 강압적인 성행위를 즐기지만, 그 자체는 철저히 동의하고 합의한 플레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BDSM 플레이를 위해 세이프 워드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SSC(Safe, Sane, Consensual) : 안전하게, 건전하게, 상호 합의로. BDSM 플레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이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디자인박유정, 옹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