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담소

Chapter 4 : 건강 사전 – HPV와 STD, 무슨 차이냐고요?

2023-10-17

성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실로 심각하고 무겁다. 하지만 성병에 대해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무서워할 이유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네 번째 챕터는 성 건강에 관한 용어 설명으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는다.

1장. 성병과 STD, HPV, 무슨 차이인가요?

성병(Venereal disease) : 성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을 총칭하는 말.

STD/STI(Sexually Transmitted Disease/infection) : 성 매개 질환 혹은 성 매개 감염을 뜻하는 말로, 역시 성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을 일컫는다.

다만 현재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STD 검사’는 모든 성병 여부를 알려주는 검사가 아니라 성행위로 감염된 세균의 종류 및 이로 인한 질환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다. STD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세균의 종류는 임질, 매독, 클라미디아, 트리코모나스, 헤르페스 1/2형, 마이코플라즈마 G, 칸디다, 가드넬라, 유레아플라즈마 U, 마이코플라즈마 H 등이다.

여기서 알아 둬야 할 건 STD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성 매개 감염균 중에서도 오직 성 접촉을 통해서만 전파되는 균이 있고, 그렇지 않은 균도 있다는 것이다. 후자는 칸디다, 가드넬라, 유레아플라즈마 U, 마이코플라즈마 H 등으로, 이들은 여성의 몸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상재균이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 자궁경부암의 위험 인자로 알려진 HPV. 사실 HPV는 바이러스군으로, 여기 속한 유전자형만 200여 종이다. 그중에서 성병을 유발하는 유전자형은 40여 종이다. 40종이 전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HPV 유형은 13종으로, 자궁경부암 외에도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등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위험군 HPV 유형은 생식기 사마귀(곤지름, 콘딜로마)를 유발한다. STD 검사로는 HPV 보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HPV 검사는 반드시 따로 받아야 한다.

HIV(사람면역력결핍바이러스) :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성 접촉 외에도 수혈, 주삿바늘 등으로 감염될 수 있다.

 

2장. 내가 성기능 부전이라고요?

오르가슴 장애 : 극치감 장애라고도 한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에게도(여성 극치감 장애), 남성에게도(남성 극치감 장애, 사정지연, 지루) 나타날 수 있다. 관계나 자위를 반복해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오르가슴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단순히 관계 혹은 자위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르가슴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문화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므로, 환자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진단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교통 : 의학적으로 성기-골반통증/삽입장애라고 한다. 여성이 질 안에 성기나 탐폰, 의료기구를 삽입할 때 음부나 골반 등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통증은 삽입 전후에도 나타난다. 성교통의 유병률은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원인도 다양하다. 성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성관계를 포기하거나 억지로 지속하는 여성이 많은데 원인에 따른 치료 방법이 존재하니 고통이 심하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성 조기 오르가슴 : 여성 조루라고도 한다. 문자 그대로 관계가 시작하기 전에 혹은 시작하자마자 절정에 도달하는 것이다. 여성의 신체적 특성상 오르가슴을 너무 이르게 느끼고 나면 그다음 이어지는 관계가 힘들어진다. 현재까지 여성 조기 오르가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았다.

발기부전 : 남성이 발기에 문제를 겪는 것을 뜻한다.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발기한 상태가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음주, 흡연, 당뇨, 고혈압, 뇌혈관질환, 노화 등의 신체적 문제와 고혈압 치료제, 향정신성 약물, 호르몬제제 등의 사용이 있다. 물론 심리적 문제도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사정지연 : 남성이 사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사정하지 못하는 것. 나이가 들수록 노화로 인해 사정지연의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지루 : 남성 오르가슴 장애의 다른 말이다.

조루 : 사정지연과 반대되는 증상으로, 남성이 관계를 시작하기 전이나 시작하자마자 이르게 사정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 심리적 문제 말고 후부요도염, 만성전립선염 등 신체적 문제가 원인일 수 있으니,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3장. 쿠퍼액으로도 임신이 되냐고요?

정액과 쿠퍼액 : 남성의 몸은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두 가지 분비물을 내보낸다. 절정에 도달하기 전에 분비되는 알칼리성 점액이 우리가 쿠퍼액으로 부르는 요도구선액이고, 절정에서 분비되는 것이 정액이다. 간혹 사정 직전에만 콘돔을 착용하는 커플들이 쿠퍼액만으로도 임신이 가능한지를 궁금해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신 가능성이 0%는 아니다. 아주 적지만 쿠퍼액에도 정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신 가능성 자체는 희박하지만,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일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따라서 콘돔은 관계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착용하자.

질액과 애액, 체액 : 여성도 남성처럼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분비물을 내보낸다. 정식 명칭은 질액인데, 흔히들 애액, 체액을 같은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질액은 여성의 질 내부를 적셔 관계 중 삽입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여성이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질액 분비가 심하게 부족하다면 성기-골반통증/삽입장애(성교통)로 이어질 수 있다.

착상혈과 배란혈, 생리혈 : 임신을 계획하지 않은 여성은 관계 후 조그만 변화에도 크게 반응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출혈에 대한 두려움이다. 특히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발생한 출혈이 착상혈인지, 생리혈인지 궁금해하는 여성이 많다. 착상혈이란 수정란이 착상하면서 소량의 피가 비치는 것인데 그 양이 매우 적고 색이 옅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리혈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착상혈은 임신부의 10~30%에서만 관찰될 만큼 흔한 증상은 아니다. 또한 관계 직후, 혹은 일주일 이내 나타나는 출혈은 시기상 착상혈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편 배란혈은 배란과 함께 나타나는 출혈로 흔한 증상은 아니다. 배란혈이 발생하는 시기는 각자 생리 주기마다 다르며, 평균적으로 직전 생리 종료 후 2~3주 사이에 있을 수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The American Phychiatric Association, <DSM-5 정신장애 쉽게 이해하기>, 박용천·오대영 공역 (학지사, 2017)
  • 디자인
    박유정, 옹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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