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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그것이 알고 싶다

2022-07-26

의학계에 따르면 성 생활을 하는 인구 중 약 80%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이하 HPV)에 감염된다. ‘성병'이란 용어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HPV 감염을 남의 일로 여기거나,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 위축되곤 하는데 사실 HPV는 감기만큼 흔한 바이러스다. 우리가 HPV를 제대로 알아둬야 하는 이유다.

HPV

HPV는 점막이나 상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무리다. 이 무리에 속한 유전자형은 200여 종. 이 중에서 우리가 ‘성병’이라고 부르는, 일부 생식기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형은 약 40종이다.

 

어떻게 감염될까?

성병의 원인이 되는 HPV는 대개 보균자의 생식기 피부나 점막에 머문다. 따라서 이 부위를 접촉했을 때 감염이 이뤄진다. 삽입 섹스 외에도 구강 성교나 손으로 감염 부위를 만지는 행위까지 전부 HPV의 이동 경로가 될 수 있다. 특히 구강 성교로 감염된 경우에는 입으로 옮아온 HPV가 키스를 통해 또 다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성 행위와 무관하게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보균자가 감염 부위에 사용한 섹스토이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공유했다거나, 병원에서 보균자를 치료한 의료도구를 철저히 관리하지 않은 경우가 그 예다. 또 HPV 보균자가 출산했을 때 태아 역시 HPV 양성 반응(수직 감염)을 보이기도 하는데, 생후 2개월 전후로 자연 소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성관계 경험이 없는 여성의 질 내에서 HPV가 발견됐다는 논문도 있으나 언급한 사례 모두 특이 케이스로 실제 발생률은 매우 낮다.

 

얼마나 위험할까?

대부분의 HPV는 감염되더라도 증상 없이 잠복해 있다가 1~2년 내 자연 소멸한다. 때문에 HPV 감염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설사 HPV가 우리 몸에 잠입했다고 해도 면역 관리가 잘 되어 있다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드물다. 그러나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학계에 따르면 3~10%의 확률로 일부 HPV가 말썽을 일으킨다. 우리가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HPV가 바로 이 일부 유형이다. 이들은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구분된다.

HPV 저위험군

생식기 사마귀, 즉 곤지름(콘딜로마, Condyloma)을 유발하는 유형들이다. 여성의 곤지름은 질 입구와 자궁경부, 항문 등에 생긴다. 처음에는 좁쌀 모양의 윤기 나는 뾰루지처럼 나타났다가 점차 닭벼슬처럼 길어지거나 산딸기, 콜리플라워와 같은 모양으로 커진다. 주로 분홍이나 빨강, 하양 등 주위와 구별되는 색을 가진다.

남성은 여성보다 곤지름 유병률이 2배 가량 높으며, 음경이나 고환 등 눈에 띄는 곳에 생긴다.

 Q. 이것도 곤지름인가요?

어느 날 갑자기 생식기에 원인 모를 돌기가 발견됐다면, 곤지름이 생긴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닐 수도 있다. 생식기 피부도 피부다. 곤지름 말고도 다양한 이유로 피부 병변이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피지선의 염증으로 발생하는 여드름과 피지 낭종이 있다. 또 돌기가 나타난 부위가 소음순 안쪽이고 심한 가려움과 분비물을 동반한다면 칸디다 질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 HPV와 전혀 무관한 질전정유두종이 있는데, 이는 원래 피부가 타고나게 도드라진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질전정유두종은 소음순 양쪽에 대칭으로 나타나며 발생 부위가 부드럽고 주변의 피부와 비슷한 색을 띠는 것이 곤지름과의 차이다.

물론 이 글에 의존해 스스로의 상태를 판단해선 안 된다. 실제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육안으로 곤지름인지 단순 피부 병변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생식기에 낯선 존재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되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HPV 고위험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형들이다. 특히 16형과 18형은 전 세계 자궁경부암 환자 70%에서, 항문암 환자의 90%에서 각각 발견되는 터라 발암의 주요 위험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외음부암은 환자 중 60%가 HPV 보균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질암은 HPV가 주요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암들 모두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 주기적인 검진을 권하는 이유다. 만일 초기에 발견되지 못한 채로 암이 진행되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곧바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자궁경부암
월경과 무관한 출혈, 관계 후 출혈, 담홍색 피가 섞이거나 악취가 나는 분비물, 방광과 직장에 불쾌감, 배뇨 곤란, 아랫배나 다리에 통증

외음부암
외음부 출혈, 가려움증, 분비물, 배뇨 곤란, 외음부에 피부가 두꺼워지고 거친 병변이 일어나며 해당 부위가 주위보다 짙어지거나 밝아지거나 붉어지거나 거무스름해지는 등 색깔의 차이가 발생

질암
월경과 무관한 출혈, 관계 후 출혈, 질 분비물 증가, 성교통, 방광에 불편감, 배뇨 장애, 변비, 골반 통증

항문암
배변 습관의 변화(대변의 굵기가 평소보다 가늘어지는 상황 지속, 변비, 잔변감 등), 항문이나 직장의 출혈, 항문이나 서혜부의 부종, 항문 주위 통증 혹은 이물감

한편, 남성 역시 HPV 고위험군 유전자형에 감염되면 음경암, 고환암, 항문암, 두경부암 등에 걸릴 수 있다. 특히 항문성교를 하는 남성은 HPV로 인한 항문암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참고
    <질 좋은 책>(정수연),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www.amc.seoul.kr), MSD매뉴얼(www.msdmanuals.com),
  • < Anal HPV prevalence high among young MSM regardless of HIV status > Agust 21. 2021,
  • Healio(www.healio.com)
  • 디자인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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