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디스크가 뭐예요?
국내에선 ‘생리컵’의 한 종류라고 하지만 영어로 ‘Menstrual Disc’, ‘Period Disc’라고 하는 엄연히 다른 이름이 있는 생리용품이다. 생리컵과 형태도 다르고 재질도 다양한 편인데, 결정적으로 질내 안착하는 위치가 다르다. 생리컵이 질 통로에서 생리혈을 받는다면 생리디스크는 질 천장의 오목한 부분에 비스듬하게 누워 생리혈을 받아낸다. 말 그대로 생리디스크는 자궁 경부에 가까운 곳에서 생리혈을 받는 것. 생리컵처럼 질 통로를 완전히 막지 않아 질 근육이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나 질경련이나 방광 압박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생리디스크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생리컵은 자신만의 폴딩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데 반해(무려 아홉 가지나 있다) 생리디스크는 접는 방법이 양옆을 누르는 한 가지라 무리하게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잡은 생리컵을 놓쳐 일명 ‘질 싸대기’를 맛보는 사람이 많다. 정말이다. 여전히 골든컵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그렇다면 생리디스크로 눈을 돌려봐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사용하나요?
질 내로 디스크와 손이 들어가기 때문에 착용하기 전 디스크와 손 모두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새 생리디스크는 사용 전 반드시 끓는 물에 열탕 소독 후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자. 제조나 운송 과정에서 묻은 이물질이 질 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그렇다고 알코올이나 세제 같은 화학 제품으로 소독하는 것은 피하길. 착용 방법은 디스크 몸통을 양쪽으로 눌러 반으로 접은 뒤 삽입하면 된다. 고리의 반대 방향부터 넣을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깊숙하게 밀어 넣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생리디스크가 질 내 깊게 자리 잡아야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리디스크의 머리 부분이 질 끝자락(자궁 경부 부근)에 위치하도록 고리 부분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밀어 올려 자리 잡게 한다. 교체할 때 고리를 잡아당겨 뺄 수 있도록 위치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질 길이에 따라서 고리가 외음부 밖으로 나올 수도 있고 완전히 질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안심하자. 생리디스크를 바르게 착용했다면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는 조금의 연습이 필요하다.
관리는 생리컵과 비슷한데, 질에서 꺼낸 생리디스크는 생리혈을 변기에 비우고 깨끗한 물로 헹군 다음 물기를 제거해 깨끗한 곳에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한다. 생리 디스크 2~3개를 번갈아 가며 쓰는 것을 추천한다. 최대 12시간까지 착용할 수 있지만 권장하는 시간은 4~6시간을 정도. 2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편이 좋다.
어떻게 고르나요?
실리콘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있고 ‘폴리머’라고 하는 고분자 중합체로 만든 것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실리콘 형태로 된 생리디스크만 찾아볼 수 있다. 안전성을 입증받은 의료용 실리콘 소재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튜브, 주사기, 호흡기, 콘돔과 생리컵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고품질의 실리콘으로 부작용을 최소로 막는다. 또 4~5cm 남짓의 끈이 달린 것이 있는가 하면 고리가 달린 것이 있다. 질의 길이가 짧은 편이라면 오히려 고리 형태가 더 편할 수 있다. 국내의 생리디스크는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지만 최대 20ml까지 생리혈을 받아낸다. 생리량이 많은 경우 생리컵과 병행 사용해도 좋을 듯.
어떤 제품이 있나요?
포이컵 by 듀이
생리컵의 이물감이 싫어 만들었다는 포이컵. 한국 여성의 체형과 생리양에 적합한 생리디스크를 만들기 위해 약 3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컵의 두께가 0.5mm로 피가 가득 차더라도 압박감이 적으며 양옆을 눌러 접었을 때 약 2cm에 불과해 질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어렵지 않다. 생리컵을 야무지게 접어도 3cm 가량 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편. 물론 의료용 등급의 실리콘으로 만들었으며, 질의 길이가 짧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게 제거 시 손가락을 걸어 당길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다.
생리디스크 3개월 차의 리얼 후기
“생리 중인 것을 잊을 만큼 쾌적한 생리주기”
나이 20대 후반
사용 기간 3개월
사용 제품 포이컵
장점 이물감이 거의 없음
단점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이 어려움
생리대를 사용할 때만 해도 생리 주기만 되면 생리혈이 새는 것이 신경 쓰였고 특히 여름날이면 짓무르거나 간지럼증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신세계가 펼쳐졌지만. 생리컵은 초반 진입장벽이 높아서 처음엔 무섭기도 했고 제대로 착용하지 못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이후부터는 흔히 ‘굴 낳는 느낌’이 사라져서 쾌적했다. 생리혈이 샌다고 한들 생리대를 착용할 때만큼은 아니라 위생적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완전한 ‘골든컵’이 아니었던 터라 꼬리 부분의 이물감이 심하게 들곤 했다. 그러던 중 디스크 타입의 생리디스크 ‘포이컵’을 알게 됐다. 이전에 사용하던 생리컵과는 아예 다른 형태여서 첫 주기에는 바로 적응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적응하게 된 포이 컵. 물론 생리컵을 착용한 기간이 있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제대로 착용하니 다른 생리컵을 착용했을 때와 달리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제때 갈아주기만 한다면 팬티라이너를 따로 착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리혈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실링이 없는 형태라 제거가 쉽지만, 그 때문에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면 생리혈이 샐 수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 특히 운동하거나 평소보다 격한 움직임이 있을 때에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편이다. 어쨌든 나는 포이컵 덕분에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쾌적한 생리주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 에디터김민지 (minzi@lether.co.kr)
- 참고<여자 사전>(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