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냉동을 하기 전 필수적으로 거치는 검사가 있다. 난소의 기능을 가늠하는 일명 ‘난소나이검사’라 불리는 AMH 검사다.
AMH 검사란?
AMH(Anti-mullerian Hormone)는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이름이다. 한글명은 항뮬러관호르몬. 직역하면 뮬러관을 퇴화시키는 호르몬이란 뜻으로 난소에 있는 미성숙 난포에서 분비된다.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난소에서 배란될 난포가 많다는 의미이고, 수치가 낮으면 반대로 배란될 난포가 적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AMH 검사는 난자 내에 성숙할 예비 난포가 얼마만큼 존재하는지 추정할 수 있어 쉬운 말로 ‘난소기능검사’ 또는 ‘난소나이검사’라고 불린다.
검사 어떻게 하는 걸까?
다행히 검사 과정은 간단하다. 생리주기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혈액 검사로 가능하기 때문. 검사 후 평균 3일이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결과표 읽는 법
검사를 한 후 결과는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 30세 이하의 여성은 5 내외로 나오고 30세 이상으로 갈수록 점점 수치가 감소한다. 위 그래프는 35세 여성의 AMH 검사 결과로, 보통 35세일 경우 2.0-5.0 정도를 정상 범위로 판단한다. 여기서 정상 범위란 임신하기에 난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AMH 검사는 아직 정상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여러 연구 결과를 가지고 나이별 상황별 정상 범위를 추정할 뿐이다.
나이별 정상 범위는 이렇다
20~29세 1.7~7.8
30~39세 0.6~5.0
40~49세 0.0~2.4
범위 내의 중간값이 나이대별 평균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한 난임 클리닉에서 한국 여성 2,8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20대 후반은 4점대, 30대 초반은 3점대 후반에서 4점대, 30대 중반은 2점대 후반에서 3점대, 30대 후반은 2점대, 40대 이후에는 1점대가 평균이었다. 이 같은 범위를 기준으로 검사 결과가 1 이하면 난소 나이를 40대 후반으로 본다. 이때는 임신 가능성이 낮고 폐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0에 가까운 숫자가 나왔더라도 폐경이 임박한 건 아니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폐경까지는 5~9년까지 소요된다.
수치가 높으면 좋은 걸까?
서울라헬여성의원의 김재원 원장은 결과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AMH 검사는 난자의 양을 추정하는 검사이지 질을 따지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일 경우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고, 일시적으로 난소에 질병이 있거나 과거 수술 이력이 있는 경우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 폭넓은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신뢰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검사 결과로 임신이 어렵다거나 난소가 건강하지 않다는 등의 결론 내릴 수 없다. 또한 사람마다 주기마다 난자의 상태는 다르기 때문에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도 질 좋은 난자가 배란된다면 자연 임신이 가능하니 결과를 보고 임신이 불가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AMH 검사 비용은?
난임병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 진행한다. 연 1회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아 2만원 내외로 검사받을 수 있다.
난소 나이 낮추는 방법
난소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 과정을 똑같이 겪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난소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 그러나 흡연 여성일수록 결과 수치가 적게 나온다는 연구가 있어 임신을 계획한다면 금연이 필수다. 추가적인 방법은 영양제 복용이다. 의학적 검증은 안됐지만 영양제 복용으로 AMH 수치를 올렸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검사 결과는 바뀌지 않더라도 질 좋은 난자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의사가 영양제 복용을 권하는 편이다. 냉동 난자 및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여성들이 챙겨 먹는 영양제 성분을 모았다.
엽산
비타민B군에 속한다. 주로 임신 후에 먹는 영양제로 알려져 있지만 임신 전부터 섭취하면 난자 성숙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D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에게서 나타나는 비타민D 부족은 난소 기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비타민D는 난포 수와 난자 질과 관련 있는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키니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C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비타민C. 난소 노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이노시톨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여성들이 챙겨 먹는다는 이노시톨. 신경 세포와 근육 조직 형성에 영향에 도움이 된다. 특히 생리통 완화 효과는 물론 공황장애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메가3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오메가3는 영양제를 통해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미국 생식의학학회는 오메가3와 같은 건강한 지방 섭취가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르기닌
단백질의 일종인 아르기닌은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코엔자임 Q10
생식세포의 노화를 예방해 주고 세포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코엔자임 Q10은 남녀가 같이 먹으면 더 좋다.
김재원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난임 병원인 서울라헬여성의원에서 난임 및 불임,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시술을 전문으로, 난소기능저하, 배란장애, 조기 폐경 등 여성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
- 디자인박솔미
- 사진<마이 에그즈> 캡쳐, 언스플래쉬
- 자문김재원(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