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수술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피임법 중 가장 높은 피임 확률을 자랑하는 건 피임 시술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는 것도 사실. 피임 시술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정관수술과 콘돔이 전부인 남성 피임법에 비해 여성 피임법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구피임약을 포함해 5가지 피임법을 활용할 수 있지만 해외로 무대를 넓히면 최대 9가지로 늘어난다. 피임법이 다양한 이유는 모두에게 맞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호르몬을 이용하는 만큼 부작용이 있고 사람마다 부작용의 양상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며, 아예 호르몬 피임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피임법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중 피임 시술은 오랜 기간 간편하게 피임 효과를 얻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피임 시술에 대한 편견이 많아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피임 시술을 고려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가능한 피임 시술은 자궁 내 피임 기구를 삽입하는 ‘자궁 내 장치(루프)’, 피부 아래 장치를 삽입하는 ‘피하이식제’, ‘주사용피임제’ 세 종류로 나뉜다. 리에스여성의원의 홍혜리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얼마 동안 피임이 필요한지, 평소 앓고 있는 질환은 없는지, 평소 생리 양상은 어떤지, 비용 부담은 없는지를 기준으로 전문의와 상담해 피임 시술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또 ‘부작용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 부작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도 피임 시술을 결정하는 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 월경과다,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이 있다면, 미레나
- 출산 경험이 없다면, 카일리나
- 신혼을 즐기거나 출산 터울을 조절하고 싶다면, 제이디스
- 자궁에 장치를 삽입하는 게 두렵다면, 임플라논
- 자궁에도, 몸에도 넣기 싫다면, 사야나 주사
- 호르몬 피임이 두렵다면, 비호르몬 피임법 구리루프
T자 모양의 미레나는 자궁에 삽입하는 장치다. 5년 동안 피임 효과가 유지되고, 피임뿐 아니라 월경과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월경통 등의 완화 효과가 있어 자궁 질환 치료를 위해 시술하기도 한다. 질환 치료가 목적이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단,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대신 부작용도 큰 편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부정출혈. 시술한 사람의 대다수가 부정출혈을 겪으며 간혹 사람에 따라 6개월까지 소량의 출혈이 이어진다. 또 체중이 증가하거나 피부 트러블을 겪기도 하고,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1년까지 나타날 수 있어 오직 피임이 목적이라면 미레나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시술 시 통증도 제법 심한 편이다.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뻐근한 정도지만 출산 경험이 없다면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어 미혼 여성에게는 적극 추천하지 않는다.
피임 기간 5년
호르몬 함량 52mg
추천 피임과 더불어 극심한 생리통, 월경과다 같은 자궁 질환을 치료하고 싶은 사람
비추천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
비용 질환 치료 목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시 10만원대
피임 기구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카일리나는 미레나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레나보다 방출하는 호르몬의 양은 적지만 피임 기간은 5년으로 같고, 피임률 또한 99%다. 크기 역시 미레나보다 작아 시술 시 통증이 덜해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받을 수 있다. 실제 미레나의 통증과 부작용이 두려워 시술을 고민했던 사람이 카일리나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레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일리나의 가장 흔한 부작용 또한 부정출혈과 피부 트러블, 부종, 두통이다. 이외에 우울감과 탈모, 오심 등도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3개월 이내에 확연하게 부작용이 줄지만 그렇지 않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또 생리통과 같은 자궁 질환 치료 효과는 인정받지 못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피임 기간 5년
호르몬 함량 19.5mg
추천 장기간 피임이 필요한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
비추천 생리통과 같은 자궁 질환 치료 효과까지 기대하는 사람
비용 35만원대
피임 기구 중 호르몬의 양을 가장 적게 분비하는 제이디스는 피임 유지 기간이 3년이다. 그래서 자녀의 터울을 두고 싶거나 부부가 첫아이를 낳기 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일리나와 크기가 같아 시술 시 통증이 덜해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시술받을 수 있다. 부작용은 다른 시술과 비슷하다. 부정출혈, 피부 트러블, 복통과 두통이 흔한데, 특히 두통은 사람에 따라 심한 경우도 있어 평소 편두통을 앓는 사람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우울감이나 오심도 심심찮게 나타나므로 자신의 평소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결정해야 한다. 부작용은 사람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이어진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부정출혈이 점점 줄지 않고 계속 많아지거나 줄었다가 다시 많아진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이외에 단점은 피임 기간에 비해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피임 기간 3년
호르몬 함량 13.5mg
추천 피임 시술을 처음 하는 사람 또는 자녀 터울을 두고 싶은 사람
비추천 3년 이상 피임이 필요한 사람, 평소 두통 및 자궁 질환이 있는 사람
비용 20만원대
임플라논은 피부 아래 장치를 이식하는 피하이식제다. 국소 마취를 한 후 팔 안쪽에 길이 4cm, 직경 2mm의 성냥개비 같은 작은 막대를 삽입해 자궁 내 장치보다 부담이 덜하다. 시술 시간이 채 5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고 통증도 거의 없다. 한 번 시술하면 피임 효과는 3년간 유지된다. 3년이 지나면 단번에 효과가 사라지지 않고 점차 떨어져 3년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제거하면 한 달 이내에 원래의 생리주기로 돌아와 가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임플라논은 프로게스테론 호르몬만 함유해 오심과 같은 에스트로겐 특유의 부작용이 없고 생리통 완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식 후 사람에 따라 생리량이 적어지고 무월경이 되기도 해 월경과다인 사람이 잘 맞으면 좋은 피임법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월경과다나 불순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외에 부정출혈과 피부 트러블, 체중 증가가 흔하게 나타난다. 또 피부 바로 아래 삽입하다 보니 만졌을 때 이물감이 느껴지고 드물지만 이식한 부위에서 이동해 제거할 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만약 임플라논 부위를 만졌을 때 느껴지지 않는다면 잘 자리 잡고 있는지 반드시 병원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이동하지 않더라도 제거할 때 약간의 흉터가 남을 수 있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피임 기간 3년
호르몬 함량 60mg
추천 자궁에 피임 장치를 삽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 에스트로겐 부작용이 있는 사람
비추천 시술 흉터를 원하지 않는 사람
비용 30만원대
복부나 허벅지에 맞으면 3개월간 피임 효과가 유지되는 사야나 주사는 몸에 피임 장치를 넣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고려할 만한 피임법이다. 주사 후 24시간 이내에 피임 효과가 나타나고, 피임 외에 부가적으로 근종, 자궁내막증을 완화하는 장점도 있지만 2년 이상 맞을 시 골밀도 저하 가 생길 수 있어 장기적인 피임 방법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주사를 중단하면 다시 회복하지만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부정출혈, 두통, 체중 증가, 우울감 같은 부작용이 있고 피임 중단 후 가임력 회복도 사람마다 달라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장치를 사용하는 피임법은 장치를 빼면 부작용이 바로 사라지지만 사야나 주사는 효과가 지속되는 3개월간 고스란히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단점이 있다.
피임 기간 3개월
호르몬 함량 104mg
추천 3개월 이하 단기간 피임을 원하는 사람
비추천 2년 이상 피임이 필요한 사람
비용 6만~8만원대
*국내는 2021년 하반기부터 철수 수순을 밟고 있음.
호르몬 피임의 부작용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도 있다. 미레나처럼 자궁에 삽입하는 구리루프다. 이름 그대로 장치에 구리가 감겨 있는데, 구리가 자궁벽에 아주 미세한 염증을 일으켜 착상을 방해해 피임 효과를 낸다. 한 번 시술하면 5년까지 피임이 가능하고, 제거하면 바로 임신할 수 있다. 하지만 호르몬 루프보다 골반염 가능성이 높아 과거에 비해 많이 시술하지 않는다. 또 시술 시 통증이 있고 생리량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외에 구리루프는 응급피임법으로도 사용한다. 착상을 방해하는 구리의 성질 덕분에 성관계 후 5일 이내에 삽입하면 99.9%로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비용은 8만~10만원대.
- 에디터서희라 (seohr@leth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