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Shanghai International Adult Products Industry Expo, 이하 ‘성인용품 박람회’) 현장에는 올해 유독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제는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K-섹슈얼 웰니스를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이 직접 부스를 꾸리고 글로벌 바이어와 소비자들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감각적인 브랜딩과 세련된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한국 브랜드들은 성인용품 박람회 한가운데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현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협업 가능성을 묻는 해외 관계자들의 모습은, K-뷰티와 K-라이프스타일에 이어 K-섹슈얼 웰니스 역시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고요. 무엇보다 한국 브랜드와 제품 앞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풍경은 꽤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직접 글로벌 시장과 마주한 로마와 바른생각을 만나 현장의 분위기와 시장의 변화를 들어봤습니다.
센슈얼 웰니스를 라이프스타일로 옮겨오는 로마

Q. 코로나 이후 성인용품 박람회 현장에 직접 부스를 꾸린 건 오랜만이죠. 현장에 정말 많은 방문객이 모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반응과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성인용품 박람회 전체 방문객이 3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로마 부스에도 약 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진행한 선착순 이벤트 경품이 한두 시간 만에 소진될 정도였고요. 단순 관람보다 제품을 직접 체험하거나 협업 가능성을 문의하는 방문객이 많았다는 점이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Q.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는 아시아 시장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현장으로 꼽히는데요. 이전 참가 경험과 비교했을 때, 올해 특히 달라졌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나요?
섹슈얼 웰니스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국 현지 바이어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일반 고객, 유럽·중동·동남아 바이어까지 다양한 방문객이 현장을 찾았는데, 특히 성인용품 유통사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나 콘텐츠 기반 셀렉트숍 관계자들이 많았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인용품이 더 이상 숨겨진 제품이 아니라, 몸과 감각을 돌보는 셀프케어 제품군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흐름을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또 중국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이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촬영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더라고요. 제품을 빠르게 콘텐츠화하는 속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Q. 이번에는 성인용품 박람회 자체를 넘어 시장 전체 이야기로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글로벌 바이어와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느낀, 지금 섹슈얼 웰니스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기능 중심에서 브랜드 경험 중심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제품 스펙만이 아니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 공간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지까지 함께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또 섹슈얼 웰니스 제품이 뷰티 디바이스, 보디케어, 향, 마사지 같은 영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Q.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공개한 신제품 ‘로마 베이브(Loma Vabe)’ 역시 그런 흐름 위에서 등장한 제품처럼 느껴졌습니다. 로마는 이 제품을 어떤 방향성 안에서 기획했나요?
로마 베이브는 섹슈얼 웰니스와 보디 웰니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향에서 출발한 제품입니다. 어태치먼트를 교체해 바디 마사지, 핀포인트 마사지, 클렌징 브러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스스로를 돌보는 셀프케어 디바이스로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박람회에서 로마 베이브를 본 방문객들이 “뷰티 제품 같다”거나 “선물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에는 올해 6월경 텀블벅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로마 베이브 외에도 유독 바이어나 방문객 반응이 집중됐던 제품이 있었나요?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도 궁금합니다.
리리러피 인핸스드 퍼퓸에 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특히 향수는 시향 직후 바로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향 자체의 무드와 감각을 흥미롭게 받아들여주셨습니다. 기존 제품 중에서는 로마 글로스에 대한 반응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립글로스 같은 외형 덕분에 뷰티 제품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고, 유럽 바이어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Q. 최근 로마는 디바이스를 넘어 향수, 마사지젤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는데요. 섹슈얼 웰니스를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가고 싶은지, 브랜드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가 궁금합니다.
로마의 지향점은 처음부터 성인용품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러브마이셀프(Love Myself)’에서 출발한 만큼 몸과 감각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그런 의미에서 세컨드 브랜드인 리리러피 역시 향, 촉감, 바디케어처럼 일상 속 감각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결국 로마와 리리러피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습니다. 자신의 몸과 감각을 낯설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두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Q. K-뷰티가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처럼 이제는 K-섹슈얼 웰니스가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선두에 로마가 있겠지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감각적인 브랜딩과 섬세한 사용자 경험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디자인, 패키지, 사용감, 브랜드 분위기까지 굉장히 높은 기준으로 제품을 바라보는데, 이런 감각이 섹슈얼 웰니스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로마 역시 단순히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과 사용성까지 직접 고민하며 개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Q.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들을 만났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로마가 집중하고 싶은 해외 시장이 있다면요?
그동안 로마는 주로 미국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는데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유럽과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K-섹슈얼 웰니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요. 앞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지역에 비중을 두면서도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협업의 기회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문화와 소비자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섹슈얼 웰니스가 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셀프케어 카테고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확장해갈 계획입니다.
건강하고 올바른 성 문화를 만드는 바른생각

Q. 올해가 상하이 성인용품 박람회 첫 참가였죠. 현장에서 바른생각을 향한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참가한 만큼 이번에는 규모를 키우기보다 브랜드 메시지를 밀도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해 부스를 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루 평균 500~1000명 정도의 관람객과 바이어가 방문했고,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제품을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철학이나 제품 라인업에 대해 깊이 있는 상담을 요청하는 바이어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국내에서는 이미 콘돔과 젤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바른생각에게, 이번 성인용품 박람회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확신을 얻었습니다. 우선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입니다. 박람회 현장에서 전 세계 기업과 업계 관계자들이 성 산업을 자연스럽고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시장 역시 앞으로 더 크게 확장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성 산업은 이제 막 양지로 나오기 시작한 단계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하나는 바른생각이 추구해온 방향성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해외 파트너들이 브랜드 철학과 제품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쌓아온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 맞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Q.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를 모은 클라이맥스 컨트롤러를 시작으로 디바이스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콘돔 중심 브랜드에서 성 건강과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단순히 품목을 늘리는 차원이라기보다,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을 누릴 권리’라는 브랜드 방향성을 확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콘돔과 젤을 통해 안전한 성생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신체적 고민이나 성적 만족도까지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특히 클라이맥스 컨트롤러는 단순한 성인용품보다 남성 성기능 개선을 돕는 기능성 디바이스로 접근한 제품입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제품 중 하나였고요. 남성 성기능에 대한 고민이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글로벌 바이어들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Q. 클라이맥스 컨트롤러를 향한 현장 반응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면요?
특정 성별에 한정되지 않고 남성, 여성, 커플 방문객 모두가 제품 기능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현역 비뇨의학과 전문의 자문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일부 해외 바이어들은 현지 의료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샘플을 요청하기도 했고요. 저희의 기획의도대로 단순한 흥미성 제품이 아니라 헬스케어 관점의 디바이스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합니다.

Q. 성인용품 박람회는 글로벌 섹슈얼 웰니스 시장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현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바이어와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느낀 최근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크게 느낀 건 시장이 ‘기능 중심’에서 ‘브랜드와 디자인 중심의 가치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비슷한 기능을 반복하는 제품보다, 사용자 경험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에 사람들이 훨씬 오래 머무르더라고요. 이 가운데 특히 두 가지 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기술과 감각의 결합입니다. 단순히 강한 자극을 강조하기보다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안하는 제품들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또 하나는 심미적 가치입니다. 과거에는 직설적인 형태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인테리어 오브제나 뷰티 디바이스처럼 세련되고 일상적인 디자인이 대세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성인용품을 숨겨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Q. 글로벌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성인용품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그 안에서 바른생각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경쟁력은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감각적인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콘텐츠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브랜드 특유의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요. 바른생각 역시 자극적이거나 기능 중심의 접근보다,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성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그런 소통 방식과 스토리텔링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점으로 작용한다고 느꼈습니다.

Q. 하반기에는 베를린 박람회 참가도 예정돼 있는데요. 상하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시장이기도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베를린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개방적이고, 성숙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참가 당시에는 유럽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바른생각 특유의 팝하고 위트 있는 브랜딩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단순 전시를 넘어 실제 수출과 유통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 미팅과 인증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시장 진입에 필요한 인증 절차도 꾸준히 준비 중입니다.
Q.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콘돔 브랜드’로 인식돼 온 바른생각이 앞으로는 어떤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로 나아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콘돔을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성과 관련된 삶 전반을 다루는 웰니스 브랜드로 확장해가고 싶습니다. 안전한 피임뿐 아니라 성 건강, 관계, 신체 변화에 대한 고민까지 폭넓게 다루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바이스와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한 것도 그런 흐름의 일부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성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연결된 자연스러운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에디터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로마, 바른생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