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허의 마음챙김 일기

머물다,사당 :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2022-07-05

누구나 나만의 아지트를 꿈꾼다. 일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오롯이 혼자만 머물 수 있는 쉼터. 여기, 서울 도심 한복판에 만인의 피난처가 되고자 문을 연 곳이 있다. 1인 사색(思索) 공간 ‘머물다,사당’이다.

누구나 혼자만의 아지트가 필요하니까

머물다,사당의 김현정 대표는 울산 출신이다. 고향에서 그는 지칠 때마다 바닷가를 찾았다. 그러나 상경 후엔 갈 곳이 없었다.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와 어디든 넘쳐나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의 고요를 누릴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물다,사당을 만들었다.

머물다,사당은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지나는 사당역 10번 출구에서부터 100m 떨어진 곳에 있다. 덕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들도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머물다,사당은 ‘1인 사색 공간’으로 1인 입장이 원칙이다. 오전 11시, 오후 3시, 오후 7시 중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면 그때부터 3시간 동안 머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일. 무엇이든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한 주제로 오래 골몰하고 고심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그럴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머물다,사당이 사색을 리트릿의 방법으로 제안하는 이유다.

머물다,사당의 사계절 그리고 사색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빨간 벽돌 건물 2층에 머물다,사당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포근한 책냄새와 은은한 아로마 향이 반긴다. 깔끔하게 정돈된 가구와 물건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은 구경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석구석 둘러보다 보면 방문객을 위해 직접 써서 붙여 놓은 메모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어쩐지 배려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머물다,사당의 가장 큰 매력은 테마가 있는 사색이다. 테마는 계절마다 바뀐다. 올 여름의 테마는 ‘내면 아이’다. 잃어버렸던 혹은 잊어버렸던, 내 안에 쌓인 여름과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다. 주제를 듣고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대도 걱정할 필요 없다. 머물다,사당에는 방문자들이 사유의 과정을 낯설지 않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우선 다과를 즐기며 긴장을 푼다. 다과 메뉴는 사당동의 지역 상점들과 협업하여, 이 역시 계절마다 다른 메뉴로 준비된다. 간단히 요기를 달랠 수 있는 간식거리와 향긋한 차 한 잔이면 경직됐던 심신도 풀어진다. 참고로 차는 나가기 전 무인판매대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그 다음엔 주위를 둘러보자. 공간 곳곳에 사색을 돕는, 이른바 ‘머뭄도구’들이 숨어 있다. 제일 먼저 ‘내면 아이’라는 주제에 맞춰 대표가 직접 선정한 책이 비치돼 있다. 또 이 책 속의 글귀를 비롯하여 주제에 맞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수 있도록 정리된 사색카드도 있다. 책과 사색카드의 문장들을 곱씹어 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은 필사할 수 있도록 필기구와 노트도 마련됐다.

사색이 부담스럽다면 명상을 하며 보낼 수도 있다. 물론 명상이 낯선 방문객을 위한 도구도 마련됐다. 마찬가지로 머물다,사당의 대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토대로 만들어진 명상 콘텐츠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방문객 각자의 계절들을 돌아보고 이를 기록할 수 있다.

물론, 사색도 명상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책을 읽어도 좋고, 누운 채로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기에 충분하다.

3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끝난 후에는 ‘경험 공유 기록지’에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 간단하게라도 머물다,사당에서 보낸 시간이 어땠는지 혹은 무엇을 느꼈는지 적어보다. 자신에게는 하루를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어 좋고 또 앞으로 머물다,사당을 찾을 예비 방문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이드가 될 수 있어 좋다.

머물다,사당을 나와 지금의 세상으로

순식간에 지나간 3시간이 아쉽다면, 머물다,사당을 나서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보자. 그곳에 머물다,사당의 대표가 운영하는 동네책방, ‘지금의 세상’이 있다. 지금의 세상은 큐레이션 서점이다. 서점에 비치된 책은 20여권 뿐이다. 시나 소설 등 장르별 구분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지적 호기심’ ‘사랑에 대한 감정’ ‘마음의 편안함’ 등 감정 상태에 맞춰 선별된 다섯 권씩의 책만 판매한다. 너도나도 읽는 베스트셀러 대신,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들 사이에서 자신의 고민이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머물다,사당과는 별개로 지금의 세상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 등을 즐길 수도 있다.

 

주소 서울시 동작구 동작대로3길 17, 202호
운영시간 화~일 11:00 ~ 22:00 (11시 / 3시 / 7시)
가격 3시간 이용 5만 원 (얼리버드 기간 내 예약 시 20% 할인/시즌마다 기간 상이)
문의 및 예약 linktr.ee/stay_sadang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디자인
    박유정
  • 이미지
    머물다,사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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