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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00 쇼룸 : S/M/L을 벗고 마주하는 나의 몸

2023-11-14

인터넷 쇼핑몰 모델의 사진만 보고 구매한 옷에 실망해 반품해 본 적 있다면. 천편일률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옷들만 가득한 매장에서 그대로 발길을 돌려본 적 있다면. 쇼핑에 실패한 경험이 쌓여 더 이상 쇼핑이 즐겁지 않은 여성이 있다면 66100(육육일공공) 쇼룸에 방문하기를 제안한다. 66100은 몸 다양성을 지향하는 편집숍으로, 체중과 체형에 상관없이 나에게 꼭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66100의 CEO이자 메인 모델, 또 스타일링 컨설턴트인 김지양 대표는 66100만의 쇼룸이 여성들에게 “마법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Q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쇼룸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홈페이지로 구매하는 고객들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요. 실제 입었을 때의 핏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구매했다가 반품하거나 교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거예요. 온라인 쇼핑으로 나에게 맞는 옷을 고르는 일이 어려운 고객이 그만큼 많은 거죠.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직접 방문해서 옷을 확인할 수 있는 쇼룸을 열었습니다.

 

Q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이사 오면서 제가 직접 하얀색으로 벽을 칠했어요. 백색광 조명을 달고 전기 공사도 새로 했고요. 보통의 옷 가게는 오렌지색 조명을 주로 쓰는데요. 그런 조명에서는 옷의 진짜 색깔을 확인하기가 힘들거든요. 가게에서 봤을 때, 집에 돌아가서 봤을 때 옷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쇼룸의 조명 색을 신경 쓰고 있어요.

Q 66100은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선보이는 편집숍을 표방합니다. 쇼룸에서는 어떤 옷들을 만나볼 수 있나요?

현재 2,000벌 정도의 옷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기본 티셔츠와 블라우스, 슬랙스부터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더할 수 있는 소재, 패턴의 옷들까지 다양해요. 또 일상복만 아니라 비키니, 원피스 수영복, 웨딩드레스, 파티 드레스 등 특별한 날에 나를 더욱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옷들도 있고요. 무엇보다 66100은 몸 다양성을 지향하는 숍이라 누구든 체형에 구애받지 않고 옷을 고를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 주세요.(웃음)

 

Q 66100 쇼룸은 방문 전 예약이 필수인데요.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고객들이 옷을 충동적으로 구매하지 않았으면 해서요. 새 옷이 필요하거나 새롭게 원하는 옷이 생겼을 때, 마음을 먹고 계획적으로 쇼핑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Q 66100 쇼룸에서는 ‘방문 착장’과 ‘1:1 스타일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방문 착장’은 말 그대로 고객이 쇼룸에 직접 와서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쇼룸에 도착하시면 제일 먼저 사이즈를 재 드려요. 그리고 어떤 옷이 필요한지 여쭤본 다음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방문 착장 예약 시 노쇼 방지를 위한 예약금 만 원을 선결제해야 하는데요. 예약금은 쇼핑 후 100% 환불해 드린답니다.

 

Q 그렇다면 ‘1:1 스타일 컨설팅’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방문 착장’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1:1 스타일 컨설팅’은 간단한 다과와 함께 설문-상담-사이즈 측정-스타일 컨설팅 및 쇼핑 순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설문지를 통해 직업, 신체 사이즈, 신체적인 특징, 평소 옷을 입을 때 불편하다고 느낀 점, 최근 몇 년간의 몸무게 변화, 식습관, 기존의 옷 스타일과 원하는 스타일, 이전에 옷을 구매할 때 스트레스받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 때문이었는지, ‘1:1 스타일 컨설팅’을 신청한 계기는 무엇인지를 파악한 다음 고객이 정말 원하는 패션이 무엇인지 함께 찾는 시간을 갖죠. 잘 어울리는 옷과 입고 싶은 옷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럴 때는 후자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려요. 아무리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해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거든요. 용기를 갖고 내가 좋아하고 입고 싶은 옷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 ‘1:1 스타일 컨설팅’의 지향점이에요.

Q ‘1:1 스타일 컨설팅’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어떤가요?

애초에 ‘1:1 스타일 컨설팅’을 시작한 계기가 고객들이었는데요. 66100 론칭 초반에 쇼룸에서 고객들을 만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여성이 옷을 쇼핑하는 데 A부터 Z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1:1 스타일 컨설팅’을 아예 고정 프로그램으로 만든 거예요. 실제로 ‘1:1 스타일 컨설팅’ 이용 후 “처음으로 스트레스 안 받고 쇼핑해 봤다”는 고객이 많아요. 온라인 후기에 “망하면 안 된다”고 적어주는 고객도 있고요.(웃음) 감사하죠. 사실 66100이, 제가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에요. 마침 2015년에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됐고, 매거진 <66100> 제작을 비롯한 여러 외모 다양성 활동을 하는 데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시작한 게 쇼핑몰 66100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비교적 최근까지도 마음이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도 66100을 통해 만난 여성 고객들을 통해 몸 다양성 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 아이디어와 힘을 얻으면서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Q 쇼핑몰과 쇼룸 운영 외에도 섭식장애, 외모 강박, 다이어트 중독으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66100 지지모임>이나 외모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몸 다양성 북클럽> <몸마음 워크숍> <목요회> 등을 기획하고 이끌며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 활동을 지속한 원동력이 있나요?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테니까’라는 생각이 제일 컸죠. 이렇게 말하면 내 자아가 너무 비대한가 싶다가도, 실제로 그랬어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나라면 이런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든지 ‘내가 그 입장이라면 이런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실행에 옮겨요. 사람들이 보면 ‘저걸 어떻게 다 하나’ 싶은 일들을, 그렇게 해냈어요.

Q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활동도 있나요?

2019년까지 진행했던 <사진포비아를 위한 심포지엄>을 재개해 보려고요. 카메라에 찍히는 게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들이 그 두려움을 깰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데요. 언젠가 ‘나는 어떻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게 됐지?’ 생각하다가 ‘어떻게 하면 사진에 잘 나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나의 노하우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했습니다. 66100 쇼룸 스튜디오에 모여 함께 촬영하면서 카메라에 잘 담기는 방법, 어색하지 않게 포즈 취하는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에요. 사정상 한동안 진행하지 못했는데 기존에 <사진포비아를 위한 심포지엄>의 취지에 공감하고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많았던 만큼 조만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Q 66100 쇼룸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당분간은 온라인 쇼핑몰보다 오프라인 쇼룸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하고요. 쇼룸에는 ‘그룹 쇼핑’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방문 착장’이나 ‘1:1 스타일 컨설팅’은 한 번에 한 분, 최대 두 분까지 스타일링을 봐 드리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여성들을 다섯 명 내외로 모아 함께 옷을 고르고 또 피드백도 주고받는 모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지 싶어요.

Q 사실 우리는 2018년에 ‘저체중 강박증’을 주제로 한 인터뷰로 만나 이야기 나눈 적이 있죠. 당시에 사회가 강요하는 미의 기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웃음) 시간이 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의 사회가 그때보다 외모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 역시 사회가 점점 거꾸로 간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워요. 일례로 미디어만 봐도, 여전히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일정한 보디 사이즈 안에 가둬 두고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콘텐츠가 존재하거든요. 그런가 하면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는 한다는 강박이 보디 프로필의 형태로 유행하면서 역으로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고요. 어느 쪽이든 중간이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예요. 지켜보고 있으면 저도 신물 날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사회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개인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66100을 운영하고, 또 여러 외모 다양성 활동을 하는 이유입니다.

 

Q 쇼핑몰 66100과 이곳, 쇼룸이 여성에게 어떤 공간이기를 바라나요?

질문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공간이기를 바라기보다 이런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있어요.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 같은 곳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요정 할머니가 마법으로 만든 새 드레스는 아주 반짝, 그 순간을 대처하기 위해서만 존재했다 사라져요. 하지만 66100은 여성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그리고 그 일상을 유지하는 데 매일 힘이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66100에 초대하고 싶은 여성이 있다면요?

자기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초대하고 싶습니다. 사실 자기 사이즈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실제로 66100에 오는 고객들도 사이즈를 물으면 ‘유니클로 옷으로 무슨 사이즈요’ ‘무인양품에서 무슨 사이즈 입어요’ 이렇게 대답해요.(웃음) 하지만 기성복의 사이즈는 나의 사이즈가 아니예요. 66100에서는 내 몸의 사이즈를 정확히 알 수 있으니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누구라도 방문해 주세요.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40길 4-8 지하1층
문의 0507-1335-6100 / 네이버예약
  • 에디터
    손예지 (yeyegee@lether.co.kr)
  • 사진
    권성혜, 66100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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